3일 오전 6시께부터 지난 1일 밤 9명이 숨지는 역주행 참사가 벌어진 시청역 인근 사고지점에 시민들이 들러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김민지 수습기자.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꼭 제 친구가 대답하는 거 같아요.”
3일 오전 6시께 지난 1일 밤 시청역 대형 교통사고로 숨진 9명 중 30대 희생자 2명의 친구라고 밝힌 김 모 씨가 사고 현장에 우두커니 섰다.
고인 2명의 13년지기 고등학교 친구라고 소개한 그는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김씨는 “지난 5월에도 다른 친구가 세상을 떠났는데 이번 사고에 친구 2명을 또 잃었다. 사람 미치는 기분이다”라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어제는 영등포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여기 꽃이 제 친구같지 않나. 제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 속상했어?’라고 물으니 바람에 흔들린다. 고개를 끄덕인다”며 기자를 돌아봤다. 그는 고인이 생전 좋아한 술인 소주와 추모 메시지를 사고 지점에 두고서는 한동안 더 자리를 지켰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고 현장을 찾는 시민들은 더 많아졌다. 사고 현장 인근의 편의점 직원은 “여기서 술이나 음식을 사서 현장에 놓고 명복을 비는 사람들이 계속 있다”며 “오늘은 어제보다 꽃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이 바로 직장 앞이라는 이 모 씨는 어제 퇴근길에 이어 오늘 출근길에도 들렀다. 이씨는 “저녁에 회식이 아니더라도 인근에서 약속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 주는 전부 취소했다”며 사망자 중 회사 직원은 없지만 회사 전체가 추모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모객들이 남긴 편지와 꽃을 사진 찍던 50대 남성은 “인생이 허망하다”는 말을 남겼다.
한 20대 여성은 “직장은 사고 현장과 다른 방향인데 오늘은 일부러 추모하기 위해 사고가 일어난 출구쪽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슬픔과 동시에 지금 여기 있는 게 약간 무섭기도 하고, 차도 가까이 걷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다”며 사고의 충격을 전했다.
이날 만난 다른 시민들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에 주변을 살피고 잔뜩 긴장한 채로 ‘방어보행’을 한다고 여럿 전했다.
인근 직장인인 30대 박 모씨는 “아침 출근길부터 차도에 지나다니는 차가 혹시라도 인도로 치고들어오지 않을까, 저 차에 탄 사람이 정신 이상자이면 어떡하나 온갖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며 “일상이 너무 피곤해졌다”고 말했다.
인근 상점들은 착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자발적으로 노래를 틀지 않거나, 영업을 빨리 종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식당 사장은 “주변 식당들 사정이 거의 비슷할텐데 시청이랑 인근 회사 직원들이 회식을 비롯해 밖에 나와서 먹는 걸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아마 이번주는 장사가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보다는 유가족들이 훨씬 더 마음이 아플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