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임기제 공무원, 재조명 필요… 투자유치 사업 이해관계 등에 휘말릴 상황 다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투자유치 분야 업무 등을 담당하는 ‘임기제 공무원’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투자금이 오가는 투자유치 분야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유착 및 이해관계, 특혜 시비 등으로 얽히는 의혹들이 자자해 투자유치 사업들이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게 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는 임기제 공무원의 특성상 임용 기간이 짧아 일반 정규직 공무원들 처럼 공직자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떨어지는데다가 인천에 대한 애착도 부족하고 특히 엄청난 투자금이 투입되는 각종 개발사업에 현혹되는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천경제자유구역 발전에 제동이 걸리거나 위상에 손상을 입히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 정상적인 투자유치 사업들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제청)에 따르면 현재 경제청에는 14개 부서에서 총 51명의 임기제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임기제 공무원은 전문지식이나 전문기술 등이 요구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을 통해 임기를 정해 일반직으로 임용하는 공무원이다.

2013년 공무원 직종체계가 일반직 중심으로 재편성됨에 따라 기능직과 계약직이 폐지되고 그 보완조치로 임기제 공무원 제도가 도입됐다.

따라서 경제청은 투자유치 사업 분야와 관련된 투자유치기획과와 서비스산업유치과에 임용제 공무원을 배치하고 있다.

투자유치기획과는 본부장 1명을 포함해 7명, 서비스산업유치과는 과장 등 10명의 임기제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계약 기간은 통상적으로 3년이다. 이들 부서에서는 거액의 투자유치와 관련된 크고 작은 개발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해당과 임기제 공무원들은 짧은 임용 기간 동안 투자유치와 관련한 업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개발업자들과 유착 및 이해관계 등에 얽힐 수 있는 상황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유정복 인천시장 민선8기 시정부가 2년 전 출범하면서 경제청에서 추진했던 송도 R2 블록 개발사업 백지화를 비롯해 송도 국제학교 유치 무산과 영종 국제학교 유치 공모 의혹, 송도 에디슨 과학교육 박물관 및 유현준 테라스 타운 조성 무산, 청라 영상단지 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 등이 있다.

송도국제도시 R2 블록 개발사업은 각종 특혜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22년 8월 백지화됐다. 당시 K팝 엔터테인먼트사 및 전용 아레나, 제작스튜디오가 포함된 ‘K팝 콘텐츠시티’가 조성될 예정이었지만, 경제청이 특정 업체를 염두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각종 의혹들이 줄지어 나오면서 끝내 국정감사까지 벌어지는 등 논란이 컸다.

송도국제도시 국제학교 유치 무산도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에 저촉되는 국제학교(영국 해로우스쿨)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경제청은 지난해 6월 홍콩에서 양해각서(MOU) 체결로 이 학교를 유치했지만, 현행법에 따라 외국교육기관(비영리)이어야 하는데 법에 저촉되는 영리기업 홍콩업체와 협약을 맺어 결국 1년만에 MOU 연장을 하지 않고 자동 파기돼 무산됐다.

영종 국제학교 유치도 논란이 많다. 송도 국제학교와 같이 ‘유치’가 아닌 ‘공모’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공모 방식을 주장한 경제청은 유치를 주장하는 영종 주민들과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으로 공모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공모에 참여 의사가 있는 학교 후보군 가운데 송도처럼 현행법에 저촉되는 영국의 모 학교가 있어 ‘송도 판박이’ 꼴이 날 우려가 있는데도 경제청은 이 학교를 배제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의 모 학교는 이미 3년 전 포항시에서 국제학교 유치에 무산된 경험이 있는데도 경제청은 이 학교를 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경제청은 영종 국제학교 유치를 개발업자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개발업자 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학교 공모 방식으로 선회했지만, 이 학교와 유착된 개발업자들은 공모하기도 전에 이미 국제학교 인근에 수천억원 대의 토지를 매입하는 등 경제청을 오가며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어 각종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시비 의혹으로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고 지난해 5월 송도 6공구에 에디슨 과학교육 박물관 및 유현준 테라스 타운 조성을 위해 참소리박물관 및 유현준건축사무소와 각각 MOU를 했지만, 지난달 유효기간이 끝나 무산됐다.

경제청은 중대한 업무 과실로 중징계를 받은 전 임용제 공무원이 본부장으로 최종 임용된데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지난 2021년 퇴직한 후 지난 2022년 12월 경제청 투자 유치 분야 특보로 임명됐다가 지난해 3월 경제청 모 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근무중이다.

본부장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에 관련 업체들과 함께 참여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앞서 2019년 경제청 과장 재직시 업무 과실로 중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제청은 지난해 3월 서류 전형 및 면접 과정에서 징계에 관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아 평가 관계자들이 응모자의 업무능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비스산업유치과장 시절에도 중대한 업무 과실로 송도국제도시 내 토지매매변경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인천시는 정직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인천시 고위 공무원은 “임기제 공무원 채용과 기간 연장 등을 심사 할 때는 투명성 확보와 합리적 판단을 위해 객관적 근거가 되는 재직시 업무 성과와 조직 내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망각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의 공공기관의 한 공무원은 “투자유치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임기제 공무원들은 우리처럼 평생 공직자와는 다르게 사명감도 부족하고 인천에 대한 애착도 없어 짧은 임기 내에 이해관계 등으로 얽히는 의혹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그래서 일반 행정 공무원들까지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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