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 모습 [박혜원 기자] |
[헤럴드경제=김우영·박혜원 기자] 서울 영등포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자전거를 배운 6살 아들과 함께 인근 한강 자전거도로에 나섰다 기겁을 하고 돌아왔다. 쉴 새 없이 벨을 울리며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로드자전거들에 치일 뻔하고 자전거도로를 가로지르는 행인들을 피하기 위해 마음을 졸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좁은 2차선 도로에 스포츠카와 트럭, 경운기, 보행자가 한데 엉켜 저마다 알아서 다니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시민의 소중한 여가 공간인 한강 자전거도로가 이용 행태의 변화와 다양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안전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는 2000년대 중·후반 ‘한강 르네상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단장한 뒤 꾸준히 발전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총 길이는 78㎞에 달하며 지류까지 더하면 200㎞가 넘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자전거도로망이다.
그렇지만 한강 자전거도로 이용이 늘어나면서 사고도 잦아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 94건이던 한강 자전거도로 사고 건수는 지난해 117건으로 늘었다.
자전거도로는 구간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폭은 왕복 3m에 불과하다. 빠르게 이동하는 자전거가 앞선 자전거를 추월하려면 중앙선을 넘어야 한다. 또 보행로와 분리되지 않은 구간도 있어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온라인 동호회 모임 활성화로 적게는 너댓명, 많게는 열명이 넘는 무리가 함께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서 추월 상황이나 병목 현상으로 인한 정체 발생시 안전사고 위험은 한층 커졌다. 시가 권장하는 한강 자전거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20㎞지만 이를 지키는 동호회 무리는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강 자전거도로 사고의 절반 가량이 과속에 따른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달리기 열풍에 힘입어 확산한 ‘러닝 크루’(달리기 소모임)가 보행로가 아닌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면서 한강 자전거도로 혼잡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시는 지속적으로 한강 자전거도로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안전의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서 시는 지난해 종합개선 대책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완전 분리 구간 확대, 자전거도로 폭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한강 구간은 도로를 넓힐 만한 둔치 공간이 부족한 탓에 자전거도로 폭을 넓히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자전거 유형 및 이용 행태별 노선 분리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를 유형화시켜 분리하려면 공원 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여건이 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주의와 안전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