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문건 유출해 특허소송 건 안승호 前 부사장…쟁점은 영업비밀 인정 여부

삼성전자 내부 직원과 공모해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IP센터장)이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삼성전자 내부 문건을 빼돌려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일부 자료를 건넨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 쟁점은 유출된 문건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28형사부(부장 한대균)는 10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 전 부사장에 대한 첫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안 전 부사장측은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부사장에게 삼성전자 내부 문건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모(52) 삼성전자 IP팀 직원, 삼성디스플레이의 사내 특허 출원 대리인 등을 선정하는 대가로 한국·미국·중국 특허법인으로부터 수년간 약 6억원을 수수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는 삼성디스플레이 전 출원그룹장 이모(51)씨 등도 함께 기소됐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특허변호사로 199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IP 관련 업무를 맡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IP센터장을 역임하며 삼성전자 내 특허 업무를 총괄했다. 안 대표는 2019년 7월 NPE(특허관리전문업체) 시너지IP를 설립하고 2021년 11월 스테이턴 테키야와 함께 삼성전자·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미국 연방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무선이어폰, 음성인식 관련 특허 10여건에 대해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 안 전 부사장은 특허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직원 이씨로부터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부 보고서를 건네받았다. 검찰측은 “안씨는 2021년 8월 삼성전자 영업비밀이 담긴 테키야사(社) 현황 보고서 사본을 취득하고 이를 분석한 뒤 미국 테키야사와 협의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며 “보고서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기관 의뢰, 로펌 자문 등을 거쳐 소송 제기와 특허 리스트 및 우선 순위를 확정했다. 2021년 10월에는 이를 중국계 NPE에게 전달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설명했다.

안 전 부사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씨측은 “사실관계를 대체적으로 인정하지만 (자료의) 영업비밀성과 부정한 청탁 여부 등은 부정한다”고 했다. 안 전 부사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해당 자료가 실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따져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비밀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등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문건·자료·기술 등이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아야 하고, 경제적 유용성을 갖춰야 하며, 회사에서 비밀로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

안 전 부사장에 대한 두번째 공판기일은 오는 8월 13일로 예정됐다.

한편 시너지IP와 테키야사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을 심리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은 지난 5월 재판을 기각했다. 미국 법원은 한국 검찰의 수사 자료를 증거로 인정하고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유출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원은 안 씨 등이 “어떤 기준으로 봐도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 책략을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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