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인하 시기 검토”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2개월 연속 연 3.5%로 유지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회현사거리에서 주황색 방향지시등 뒤로 한국은행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또다시 묶으면서,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예고한 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를 조정없이 동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이후 12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존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 뒤에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통화정책 전환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표명한 것이다.

실제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로 읽힌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오르며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2.2%까지 떨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물가안정 목표인 2% 수준으로 점차 내려갈 것으로 봤다.

다만 금융시장 움직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5월 중순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뛴 데 이어 최근에도 138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뜩이나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서둘렀다가는 환율 시장 움직임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예상 밖 수출 호조로 5월 경상수지 흑자가 2년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원화 약세다. 한은이 미국보다 2.0%포인트나 낮은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서둘러 내릴 수 없는 이유다.

늘어나는 가계 빚과 이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도 금리를 다시 묶어두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한은은 “외환시장,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은행권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누적 증가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내 최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남은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로 3차례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은이 뒤따라 10월께 한 차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미국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에둘러 언급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긴축 정책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조금 완화할 경우 경제활동과 고용을 지나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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