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36포인트(0.81%) 오른 2,891.35,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6.13포인트(0.71%) 내린 852.42로 장을 마쳤다. [연합,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시종 중 차지하는 비율이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900 고지를 바라보는 ‘연중 최고치’로 역대 최대 시총 기록을 경신 중인 랠리 속에서도 대형주 상승 속도가 중소형주를 압도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전체 시총(2339조6886억원) 중 ‘코스피 200 TOP 10’ 지수 시총이 차지하는 비율은 45.79%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7월 28일 45.99% 이후 1년 만에 쓴 최고 수치다.
올 들어 해당 수치가 가장 낮았던 1개월여 전 지난 5월 31일(42.56%)과 비교했을 때 26거래일 만에 3.23%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코스피 200’ 지수는 코스피 내 ▷시장 대표성 ▷유동성 ▷업종 대표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 시총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들을 선정해 시총을 지수화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200’ 중에서도 시총 상위 10개 종목 만을 뽑아 ‘코스피 200 TOP 10’ 지수를 도출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200 TOP 10’ 지수 포함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 셀트리온, 포스코홀딩스, 네이버, LG화학 등 코스피 내 초대형주 10개 종목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 중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시총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초대형주의 시총 증가 속도가 나머지 중소형 종목의 시총 증가 속도를 압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 200 TOP 10’ 지수 종목 시총의 지난 5월 31일 종가 대비 지난 9일 종가까지 증가율은 17.03%(915조3880억→1071조3184억원)에 달했다. 개별 종목별로 봤을 때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의 수혜를 얻은 반도체주 ‘양대 산맥’ SK하이닉스(+21.87%)와 삼성전자(+19.46%)가 시총 증가율 1~2위를 나란히 차지했고, 그 뒤를 LG에너지솔루션(+10.67%), 삼성바이오로직스(+8.74%), 현대차(+6.81%), 셀트리온(+5.58%), 기아(+4.08%), LG화학(+3.42%), 포스코홀딩스(+0.95%), 네이버(+0.18%) 순서로 뒤따랐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종목은 전혀 없었다.
‘코스피 200 TOP 10’ 시총 증가율은 해당 기간 코스피 전체 시총 증가율 8.77%(2151조175억원→2339조6886억원)의 1.94배에 이른다.
특히, 초대형주 10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942개 코스피 종목의 시총 증가율은 같은 기간 2.65%(1235조6295억→1268조3702억원)로 ‘코스피 200 TOP 10’ 지수 종목 증가율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942개 종목 각각을 살펴봤을 때 같은 기간 절반이 넘는 513개(54.46%)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총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200 TOP 10’ 지수 구성 종목의 시총 합산액은 1000조원 대를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11일 종가 기준 ‘코스피 200 TOP 10’ 시총은 1077조7876억원으로 지난 2021년 6월 14일 관련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래로 최대 규모다. 시총이 1000조원을 처음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2일(1008조6252억원)이었고, 지난달 18일 1010조7629억원을 기록한 시총은 이날 종가까지 18거래일 연속 1000조원 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초대형주의 강세 현상에 힘입어 전체 코스피 지수 역시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2% 상승한 2891.35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로, 2022년 1월 14일(2921.9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엔 2896.43까지도 오르며 2900선까지 딱 3.57포인트 모자란 수준까지 올랐었다.
전체 코스피 시총의 경우에도 이날 종가 기준 2363조627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 기록을 하루 만에 또 새롭게 작성했다.
이 같은 국내 증시의 초대형주 쏠림 현상은 미국과 비슷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시총 상위 5개 종목의 전체 시총 중 비율은 지난 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29.7%에 달한다.
상승세가 일부 종목에만 집중된 현상은 증시 전체에 대한 투심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광혁·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경제에 있어서 전반적인 성장이 아닌 쏠림 현상에 의한 성장이 발생할 경우 해당 분야의 부진이 전체 경제를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이끄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기업의 성장이 전체 수치를 견인하면서 경제성장이 체감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현상이 한국 경제에서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어 “하반기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가정엔 반도체 경기의 호조 지속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런 가정이 깨질 경우 경제성장 전반의 예상이 어긋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상승세가 일부 종목에만 집중되면서 코스피가 연고점을 돌파했지만 투자심리는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가 상승했음에도 상승 종목의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았던 날이 7거래일인데, 이중 3번이 6월에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AI 종목을 중심으로 한 빅테크 쏠림이 극심한 미국 증시에서 고점 논란과 함께 차익 실현 움직임이 보이면서 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 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삼천피(코스피 3000 포인트 이상)’를 넘어설 수 있기 위해선 대형주 쏠림 현상이 완화될 필요가 있단 게 증권가의 지적이다. 올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되면서 기존 주도 업종들의 강세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주가 상승 업종과 종목들의 확장성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적은 중소형 종목은 적은 매물로도 주가 하락 폭이 커질 수 있어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현재 시점에선 특별한 이유 없이 중소형 종목들의 주가가 흘러내리는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며 “주도 업종에 속한 대표 종목과 확실한 단기 실적 성장·주가 모멘텀을 확보한 종목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