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심의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이슈는 ‘업종별 구분적용’이다.
올해 사용자위원들은 음식점업(한식·외국식·기타 간이),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 등에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표결 결과 찬성 11표 대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공익위원들의 반대표가 높았다. 물론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물리적인 항의가 있었고 이에 따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를 도입해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년 최저임금위가 진행될 때마다 업종별 구분적용 도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모여 어떤 파급이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업종에 어떻게 적용할 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출신인 임무송 서강대 교수는 “업종별 최저임금과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란이 뜨겁지만, 실태를 보여주는 통계는 제대로 파악이 안 돼 있다”며 “신뢰할 만한 통계 데이터 부족도 소모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독립위원회나 전문가그룹이 데이터를 분석해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 우선 과제는 ▷전문가위원회로의 개편 ▷결정 체제 분권화 ▷‘산식(算式) 제도화’ 등 세 가지다. 전문가위원회로의 개편은, 현재 노·사·공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위원 수를 이들 3주체가 추천하는 9인으로 줄이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심의 과정에서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동시에 최종 결정은 수정 권한을 가진 정부가 하는 ‘영국식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결정 체제 분권화는 올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업종, 지역, 외국인 등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 등에 대한 노동시장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울러 네덜란드, 프랑스, 브라질처럼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등 최저임금법의 결정 기준을 기초로 최저임금 산식을 제도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정치적 논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1일 자정 무렵 최저임금위원회의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밤샘 마라톤 회의로 치닫자 내부에서조차 현재 최저임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A씨는 “지금 저 회의장 안에선 그 누구도 경제성장률, 소비자 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감률 등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매년 그랬듯이 이날 역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가 커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