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새벽 많은 비가 내린 세종시 금남면 용포리 일대가 하천 범람으로 침수된 가운데, 인근 농작물 시설하우스 안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농민에 대한 지원 규모를 2배 가량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더 많은 농가가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상 품목과 지역을 늘릴 계획이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작·시설물 등 피해 복구비 단가를 현실에 맞게 올리는 내용으로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현재 대파대(작물을 다시 심어야 하는 피해에 지원하는 종자·묘목대 등 비용), 농약대, 가축 입식비(소, 돼지, 닭 등 가축이 폐사해 어린 가축을 새로 들이는 비용), 하우스 등 시설 복구비는 복구 비용 지원 단가가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시 개정으로 복구 비용 단가를 시중 가격에 가깝게 올리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개정 고시에 신규 지원 항목도 추가할 예정이다. 비닐하우스나 축사 같은 시설 피해뿐 아니라 시설 내 설비와 농기계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고시 개정을 위해 행정안전·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대파대, 가축 입식비 보조율을 50%에서 100%로 올리는 등 호우 피해 지원을 늘린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재해 피해의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이번에 지원 기준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수준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더 많은 농가가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상 품목과 지역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 73개인 품목은 2027년까지 80개로 늘린다. 시범사업에서 상품 안정성이 확보된 품목은 보험 적용지역을 넓힌다. 특히 농식품부는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한 원인의 하나인 탄저병 피해도 농작물재해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과 탄저병은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발생이 늘고 있다. 탄저병 병원균이 자라는 데 알맞은 온도는 25∼28℃로, 습기가 많은 기후 조건에서 발생이 늘어난다. 특히 빗물에 의해 다른 열매로 이동해 감염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인들은 농약을 주기적으로 뿌릴 수 없을 정도로 비가 계속 쏟아져 병충해가 발생하면 '자연재해성 병충해'가 아니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 탄저병을 자연재해성 병충해로 인정할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은 벼, 복숭아, 감자, 고추 등 4개 품목만 병충해를 보장한다. 벼는 벼멸구·도열병 등 7종을, 복숭아는 세균구멍병 1종을, 감자·고추는 모든 병충해를 각각 보장한다.
농식품부는 제1차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2023∼2027)에 따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농가의 예방으로 방제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성 병충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