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쌓인 집에 10대 아들 5개월 방치한 엄마…항소심도 집행유예

[헤럴드DB]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중학생 아들을 벌레와 곰팡이가 들끓는 집에 5개월 넘게 방치한 엄마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 곽정한 강희석 조은아)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3∼8월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 14세 아들을 방치하는 등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양육·치료·교육을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이 집에서 아들과 단둘이 살다 재혼을 한 뒤 집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홀로 남겨진 집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쓰레기와 강아지 배설물이 쌓여 곰팡이와 벌레가 들끓었고 누울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아들은 주변 교회나 학교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겨우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방치는 경찰이 A씨를 체포한 후에야 끝났다.

A씨는 “정기적으로 집에 찾아가 청소나 빨래를 해줬고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돈도 줬다"며 "아들은 청소년이라 이 정도를 아동학대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은 유일한 보호자이지만 기본적인 보호나 양육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딸들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아들이 아주 어리지는 않았고 적극적인 학대행위까지 나아가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

항소한 A씨는 “집에 벌레가 들끓었던 것은 소유자인 어머니와 건물 노후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을 나가기 전에 이미 피고인과 다투고 집을 나갔기 때문에 어머니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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