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피신하던 중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최대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 소도시 버틀러 유세 도중 발생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이번 선거 결과를 판가름할 중대한 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암살 시도 이튿날인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열렸던 지역이 2024 선거에서 중요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WSJ "버틀러 카운티와 그 주변 지역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왔다"면서 "트럼프가 그곳에서 표를 늘릴 수 있는지가 펜실베이니아 전체 판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위치한 경합주로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블루칼라 노동자 표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날 유세가 열렸던 버틀러 카운티와 그 주변 지역도 지난 수십년간 경제적 부침이 컸던 곳이다. 철강,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천연가스 시추 산업이 부상하면서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을 모면한 버틀러 카운티는 또 최근 수십 년 사이 공화당 지지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피츠버그 주변 교외 농촌 지역에 자리한 소도시로, 대선의 승부를 가를 초접전지 펜실베이니아의 투표 결과에 열쇠를 쥐고 있을 수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했지만,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다.
버틀러 카운티의 자치구인 슬리퍼리 록의 단체장 존다비드 롱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으로 다친 직후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이 지역 주민들이 지닌 태도의 전형으로, 지역에서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은 보통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을 띠며 강력한 독립성과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고 설명했다.
WSJ은 피츠버그와 필라델피아 외곽과 같은 교외 지역, 도시 지역에서 고소득, 전문직 유권자를 잃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피츠버그 주변 카운티들과 같은 곳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피츠버그 남부 워싱턴카운티의 민주당 전략가 마이크 미커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버틀러 카운티와 그 주변 카운티들에서 표차를 끌어올리지 않는 한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동정적인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던지는 표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이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를 뒤집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조 바이든의 길고 굴곡진 길은 더 심한 험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수천만 미국인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줬듯이 도널드 트럼프 피격도 총격범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