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엔·위완화 약세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하게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화는 엔화와 위원화에 동조하기 때문에 환율이 우하향 할 가능성이 생겼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고금리가 길어지고 달러강세를 지속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단 점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엔화 등 특정 통화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인위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단 전망도 이에 조심스럽게 나온다.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단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큰 통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해 미 수출 경쟁력을 높였단 것이다. 그는 달러 가치를 내려 미국산 수출을 촉진하고 제조업을 부양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지난 4월에는 높은 달러 가치에 대해 “미국 제조업계에는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환율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17일 달러인덱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환율 발언 여파로 지난 3월 하순 이후 최저치까지 밀려났다. 엔화 환율도 지난 6월 초 이후 최저치인 156엔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달러당 161엔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가 150엔 중후반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당선되면 이와 같은 기조는 더 심화할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무역정책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약세로 나아갈 것”이라며 “금리를 내리지 말라는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것이지 이후에는 입장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연준에 미국 대통령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무역이 강화하면 세계경제가 나빠지고, 결국 미국에도 득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트럼프, 그리고 미국 기업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달러의 위상이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금리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달러약세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 상당 부분은 강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세 강화 조치 공약이 있다. 고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높아지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밖에 없고, 물가 상승에 대응하려면 미국 중앙은행은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공약 등도 고금리 환경을 연장할 수 있다. 세수가 부족하면 재정적자가 늘게되고 결국,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국채 공급이 많아지면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즉, 채권금리가 오르게 되고 높은 금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보호무역을 강화하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이는 결국 달러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또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인위적으로 엔화 등을 겨냥한 환율 조정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식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과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국가가 환율 약세로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며 “시장의 힘으로 안되면 플라자 합의와 같이 강제로 개입해 환율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22일 미국, 일본, 프랑스, 서독, 영국 재무장관이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남단 5번가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다. 미국이 인위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 화폐 가치를 올리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엔화 가치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