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보편관세 10% 부과시, 對美 수출 21조원 증발[트럼프發 한국경제 경고등]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주먹 쥔 팔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선거 구호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제시한 ‘2기 집권 청사진’에서 1기 정부 때 이상의 미국 중심의 고강도 대외·산업·통상 정책 등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캐치프레이즈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파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직접적인 리스크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하의 고율 관세다.

21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평균 3%대인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트럼프 캠프의 공약대로 보편 관세 10%를 한국에도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약 2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수출 엔진’을 기반으로 내수부문 온기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성장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다시 압박할 수 있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트럼프 집권 1기에서 한미FTA 재협상이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한 287억달러를 나타냈다. 이 기간 대미 흑자는 한국의 전체 흑자 231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미 무역수지는 500억달러대에 달해 역대 최대였던 작년의 444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 2020년 166억달러,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미국 무역흑자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업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조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이차전지·반도체 등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정책도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대중국 ‘디리스킹’ 기조하에 동맹국 중심 공급망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에 초점을 맞췄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철저하게 자국 내 공급망인 ‘온쇼어링(on-shoring)’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근거였던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자체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많이 염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적 측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긍정적인 측면을 쉽게 찾기 힘들 정도로 너무 불확실성이 크다” 말했다.

트럼프 정책이 초래할 물가 상승, 즉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은 정책당국의 거시경제 운영에 부담을 가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감세 정책으로 미 재정적자가 확대하고, 고율 관세에 따른 수입물가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이민 정책도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줄여 임금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스케줄에도 정치적 변수가 추가된 것으로 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 전에는 기준금리를 낮춰서 안 된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왕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본인의 임기에 하라는 취지로도 읽힌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시동을 걸더라도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스텝에는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트럼프 측이 석유 생산을 늘린다는 입장이어서 우리 경제의 에너지 비용에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게 부담”이라며 “관세가 가장 우려스럽고, 연준의 금리 정책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