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해리스 본격 시동…4600명 대의원이 ‘대타’ 결정[바이든 사퇴]

지난 2023년 9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워싱턴 DC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힙합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 민주당 주요 인사와 의원 다수가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이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이 경선을 치를 경우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유력 인사들도 잇따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별 경쟁 없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해리스 선거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대통령 후보직에 대한 수정안을 담은 서류를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했다. 바이든 대통령 대선캠프는 캠프 명칭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로 바꿨다. 민주당 전국위도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반영해 관련 서류를 변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제 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제 의도”라며 “나와 함께한다면, 기부에 동참해달라”고 독려했다.

지난해 11월 짐 클리번 의원이 미국 찰스턴 카운티에서 연설하는 모습. 클리번 의원은 21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새로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AP]

▶민주 당내 해리스 지지 물결=민주당 상원과 하원 의원들 사이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촉구했다.

CNN 방송은 민주당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날 약 200통 이상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이미 미 하원 흑인 의원 모임, 히스패닉 의원 모임 지도부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캠프는 8월에 열릴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를 강화하기 위해 대의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권 잠룡으로 거론돼온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엑스에서 “우리 민주주의가 위태롭고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는 상황”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으려면 카멀라 해리스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성명에서 “민주당이 나아갈 최선의 길은 해리스 부통령 뒤로 신속하게 뭉쳐서 대통령 선거를 이기는 데 다시 집중하는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짐 클리번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엑스에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선택한 것을 좋은 판단으로 생각하며, 2024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그를 자랑스럽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흑인 여성인 코리 부시 하원의원(미주리)도 성명에서 “흑인 여성은 민주당의 근간이며, 우리가 이 나라를 앞으로 이끌 시간은 한참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순간에 이끌 준비가 충분히 됐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부통령 관저 밖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소식 이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팻말이 세워 놓은 모습. [EPA]

▶전당대회 혹은 온라인 투표…4600명 대의원이 ‘대타’ 결정=당장 대의원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뽑을지 민주당 전국위원회 차원에서 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온라인 투표가 실시될지, 아니면 8월 19∼22일 전당대회(시카고)에서 현장 투표로 진행될지는 미지수가 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대선에 나설 최종 후보는 4600여명에 달하는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일부 지역에서 9월에 대선 조기 투표를 실시하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투표든 전당대회 현장 투표든 8월 중에는 새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로 대의원들이 의무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의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 ‘열린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후보 확정 시기를 8월 19∼22일 전당대회 때까지 미룰 경우 경선 승리자에 대한 대의원들의 형식적 추인 절차인 전당대회가 실질적인 경쟁 무대가 된다. 전당대회로 대선 후보를 뽑을 경우 1차 투표에선 서약 대의원 3933명만 투표할 수 있으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슈퍼대의원 739명도 함께 후보가 지명될 때까지 무기한 투표를 한다.

온라인 투표가 실시된다면 8월 7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최근까지 적용된 오하이오주 주법에는 오하이오주에서 8월 7일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8월 초 온라인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는 후보가 나오면 그것으로 새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전당대회장에서 최종 결정된다.

다만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던 8월 7일이라는 후보 확정 마감 시한을 고수할 경우 제3 후보가 나서서 당내 선거운동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해리스 부통령이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전대 대의원 전체 명단에 대한 접근권은 민주당 전국위 당직자들과 해리스 부통령을 포함한 바이든 캠프만이 접근 가능하다고 NYT는 전했다. 이 외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재선 캠프가 보유한 후원금(6월말 기준 9600만 달러·약 1333억 원)을 그대로 승계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제3의 후보들이 나설 경우 후원자들의 동의 필요 등으로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밖에서 한 시민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의 팻말을 쓰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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