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과잉 관광'(오버 투어리즘)에 뿔난 스페인 현지인들이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는 등 이들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최근 몇 주 사이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섬, 말라가, 카나리아 제도 등 주요 관광지에서 과잉 관광에 따른 항의 시위가 거듭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수천명이 바르셀로나 도심에 모여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며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시위를 했다.

지난 13일에는 알리칸테에서 주민들이 "알리칸테, 판매 중 아님", "관광객은 우리 동네를 존중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마요르카섬의 팔마데마요르카에선 21일 저녁에도 시위가 잡혔다.

BBC는 마요르카섬에서 해변은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이 찼고, 주차공간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상점과 식당가에는 결제 알림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현지인은 주요 관광지 내 월세 등 물가 상승과 지역 정체성 훼손, 환경 오염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 소니아(31) 씨는 파트너와 별거하기로 했지만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여전히 한집에 살고 있다며 과잉 관광 시위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레(25) 씨는 "전통 물품을 파는 가게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다국적 브랜드로 바뀌고 있다"며 마요르카의 생존에 관광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건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관광객을 상대로 한 단기 아파트 임대를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크루즈 기항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도 인상할 방침이다.

자우메 콜보니 바르셀로나 시장은 현지 매체 엘파이스와 한 인터뷰에서 "(체류 시간 12시간 미만의)크루즈 경유 관광객에게 물리는 세금을 상당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의 연간 평균 관광객 수는 3200만명 가량이다.

한 지역 주민은 "관광 과잉에 따른 주택 투기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스페인 사람들은 적절한 주택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도 과잉 관광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베네치아는 최근 들어 관광객을 상대로 도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베네치아는 이를 위해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선착장과 기차역 등에 입장료 부과를 알리는 이탈리아어와 영어 안내판이 QR코드와 함께 곳곳에 설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