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김범수 전격 구속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있는 김범수(가운데)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전격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23일 오전 1시 10분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 또는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어”…김범수 항변 안 통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있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 및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나흘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다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28일 하루 동안1300억원 상당의 SM엔터 주식을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만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위원장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 9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선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결백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검찰 vs 변호인단 영장실질서 첨예한 법리 공방 결과는…검찰 勝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법정에서도 김 위원장의 구속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측은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발표 등을 통해 구속 및 신병 확보의 필요성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 카카오 그룹 차원의 주식 매입이 불가능한 점,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 장내 매수와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는 취지의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위원장 측은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의혹 사건을 맡아 이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냈던 한승 전 전주지법원장 등 대규모 전관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 측 주장에 적극 반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변호인 측은 김 위원장이 대기업 총수인 만큼 도주의 우려가 적고, 이준호 부문장 진술의 신빙성 등을 근거로 영장 기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남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

이날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김 위원장에 대한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당분간 수사에 동력이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수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검찰은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8개월 만인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 측과 공모해 펀드 자금 1100억원을 동원, SM 주식을 고가 매수한 혐의를 받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 역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선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사건 외에도 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4건이 수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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