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中과 거래할수록 손해…지난해 적자만 144조원

지난해 2월 멕시코 레온에 있는 한 신발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반사 이익과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 등에 힘입어 글로벌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까지 추월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멕시코가 중국과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2개월여 뒤 출범하는 멕시코 차기 정부에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하에서의 역내 블록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는 한편 외국인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 로드맵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멕시코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9.1%로, 수입액은 1141억9000만달러(약 158조원)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전체 수입에서 멕시코의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이 같은 액수는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정도다. 적자 규모만 141억9000만달러(약 144조원)를 넘는 셈이다.

수지 불균형은 최근 급격히 심화했다. 2013∼2020년 550억∼760억 달러 사이였던 적자 폭은 2021년 917억 달러에 이어 2022년 1077억 달러로 폭증했다.

이는 대(對)미국 교역 상황과 정반대다.

지난해 멕시코는 미국을 상대로 4901억달러(약 679조원)를 수출하고 2554억달러(약 354조원)를 수입해, 234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멕시코 당국은 현재 상황이 업계에 ‘대중국 무역에서 우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서를 짙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0월 취임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유임을 보장받은 로헬리오 라미레스 데라 오(76)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행사에서 “중국의 ‘더 많이 생산’ 정책으로 북미가 희생되고 있다”며 “미국인과 멕시코인 모두 글로벌 수요에 대한 공정한 몫을 주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은 우리에게 팔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데, 이는 공정한 게 아니다”며 “멕시코 교역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지난해부터 일부 중국산(産)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인 멕시코 정부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2025년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입 철강에 대해 5∼25%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저가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조처로 해석됐다. 중국산 전기차와 반도체 등을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높인 미국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언사로도 읽힌다.

특히 멕시코 재무장관의 발언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직후 나온 것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멕시코는 미국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멕시코에서 자동차 부품 등을 후가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회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멕시코상공회의소 집계 자료를 보면 멕시코에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목 순위권에는 자동차 부품 및 액세서리, 휴대전화, 각종 케이블 등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정부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외국인 직접 투자를 부양하는 한편 지역민 채용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를 삼는 ‘플란 멕시코’(멕시코 계획)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멕시코 재무장관은 “우리는 여전히 발전 여력이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가는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하기 위해 현 상황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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