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프리미엄’ 굳혔다…인구 14억 인도서 글로벌 거점 ‘우뚝’ [Hello India]

LG전자 인도 푸네 공장 전경

LG전자가 지난 1997년 노이다에 인도 법인을 설립하며 처음 진출한 지 27년이 지났다. 인도의 기후 조건을 고려한 현지 특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연구개발(R&D)부터 생산, 판매까지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를 구축한 결과, 인도에서 “LG=프리미엄”라는 공식을 확립하고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인도는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대표 잠재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14억4000여 만명)가 되며 한국 기업들이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25세 미만의 인구가 전체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세대가 많은 시장이다. LG전자는 YG(Young Generation) 고객들의 선호도나 구매 패턴 등을 파악해 온라인 브랜드샵을 운영하고, 에듀테크 시장을 겨냥해 전자칠판 및 IT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B2B 사업 기회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OLED TV·에어컨 시장 1위…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공고화=LG전자는 1997년 한화 약 3117억4600만원을 투자해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노이다와 푸네에 생산기지를, 벵갈루루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두고 있다. 노이다 공장은 1997년, 푸네 공장은 2006년 건설됐다. 노이다에서는 소형 제품을, 푸네에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 프리미엄 대형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인도 내수시장용 제품 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 수출하는 가전 생산도 맡고 있다.

LG전자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현지화’에 주력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주거환경과 생활 문화를 고려한 인도 특화 제품이 대표적이다. 수질을 고려해 정수 성능을 높인 정수기, 전력 공급이 끊겨도 7시간 동안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초음파로 모기를 쫓는 에어컨과 TV 등을 출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주요 가전 품목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인도 OLED TV 시장에서 점유율 64.2%를 차지했다. 에어컨 시장에서도 3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는 에어컨 100만대 판매기록을 세웠다.

전자레인지의 경우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 빛으로 음식을 익혀주는 ‘광파’ 기능을 적용하고, 현지 고객들에게 필요한 자동 조리 메뉴 등을 탑재한 지역 특화 모델을 선보이며 지난해 기준 인도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다.

▶세계 인구 1위 ‘젊은’ 글로벌 생산기지…B2B 핵심 전략 국가 부상=인도는 LG전자가 2030년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강화하겠다고 밝힌 B2B 사업의 핵심 전략 국가다. 지난해 말 ‘B2B인도사업실’을 ‘B2B인도사업담당’으로 격상했으며, 최근에는 인도 첸나이 지역에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개설했다. BIC는 LG전자 B2B 사업의 영업 거점으로 고객은 병원, 학교, 사무실 등 공간에 특화된 제품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다. 기업 고객들에게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상담 공간 역할도 한다. LG전자는 인도 내 ▷노이다 ▷뭄바이 ▷벵갈루루 ▷첸나이 4곳에서 BIC를 운영 중이다.

인도의 B2B 시장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전세계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풍부한 노동력을 갖추며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높은 교육열로 ▷상업시설 ▷기업 ▷교육기관 삼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전자칠판 및 IT 솔루션을 앞세워 인도 에듀테크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인도 오디샤주 내 공립 고등학교 2900여곳에 ‘LG 전자칠판(LG CreateBoard)’ 1만여대를 공급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인도 에듀테크 시장은 지난 2020년 약 28억달러에서 2025년 약 104억달러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는 지난 2015년부터 ‘디지털 인도(Digital India) 정책’을 시작하면서 그 일환으로 공공기관 및 학교와 협력해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도 내 공급된 전자칠판은 연평균 약 80%씩 증가하고 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B2B 매출 비중을 40%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해 6월 인도 현장 경영 당시 “인도는 판매법인과 생산법인, 연구개발센터까지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현지 특화 B2B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인도를 찾아 뉴델리 판매법인과 노이다에 위치한 가전 생산라인 및 R&D센터 등을 점검하는 조주완(맨 오른쪽) LG전자 CEO

▶매출 기여·배당금 ‘효자’ 역할 톡톡…인도법인 영향력 ↑=LG전자 인도법인은 전체 매출 및 배당금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LG전자 인디아(LG ELECTRONICS INDIA PRIVATE LIMITED)의 매출은 지난 2018년 2조4703억 원에서 지난해 3조3009억원으로 5년 사이 33.6% 증가했다. 지난 2022년 매출 3조1879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인도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9%에 달했다.

LG전자가 지난해 해외에서 수취한 배당금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LG전자는 해외법인으로부터 1조707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는데, 이 중 인도 법인에서 발생한 배당금이 7176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42%의 비중이다. 지난 2022년 LG전자의 전체 배당 수취액(7143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LG전자는 인도 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약 20억 루피(한화 약 3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인도 푸네 공장에서 양문형 냉장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신규 라인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만대 이상이다.

인도법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IPO(상장) 추진 움직임도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법인 상장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외국계 IB들과 현지 로펌들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인도법인의 IPO가 최소 5억 달러(약 7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부터 유지보수까지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LG전자는 판매법인, 생산법인, 연구개발센터와 함께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완결형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인도 법인(Hi-M. Solutek India Private Limited)을 설립했다. 기존에도 상담·배송·설치·수리·유지보수까지 이어지는 현지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현지에 에어컨 아카데미를 두 곳 운영하며 시스템에어컨과 히트펌프 등 공조제품을 전시하고 설치, 시공,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양성했다. 여기에 하이엠솔루텍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완결형 사업구조’가 강화됐다.

LG전자는 인도 현지 맞춤형 사회공헌활동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시작한 시각장애인 무료 개안 수술 지원 캠페인인 ‘카레이 로시니’가 대표적이다. 전세계 시각장애인 인구의 3분의 1이 인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5개 자선병원과 함께 인도 전역에서 8700여건의 백내장 수술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식사를 거르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꼬르륵 소리를 없애요(Mute the Growl)’ 캠페인,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저수지 개간사업, 어린이들에게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과학교실 운영 등도 전개 중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해 6월 인도를 방문해 사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점검한 바 있다. 뉴델리에서 모빌리티 분야와 전자칠판 및 IT 솔루션을 활용한 에듀테크 등 다양한 신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프리미엄 가전·TV와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 온라인 판매 역량 강화 등 현지화 전략도 계속 정비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조 CEO는 “시장 규모가 크고 상당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도에서 LG전자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 위상을 확대하고, 향후 사업을 전략적으로 더욱 성장시키고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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