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가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사진은 지난 2011년 2월 21일 극단 ‘학전’의 창단 2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고인이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침이슬’의 가수 고(故) 김민기(73)가 24일 세상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을 받지 않고 치러진 장례식을 위해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5000만원을 전달했다.
유족들은 24일 오전 8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김민기의 발인식을 엄수했다.
별도의 영결식 없이 발인식을 마친 후, 김민기의 유해를 모신 운구차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꿈밭극장 마당을 마지막으로 들렀다. 고인이 33년 간 일궈온 ‘학전’이 지난 3월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롭게 연 극장이다.
이곳에 아르코꿈밭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병국 위원장을 비롯해 고인과 인연이 있는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박학기, 이적, 이황의, 최덕문, 방은진, 배성우, 박승화 등 여러 배우 및 가수들과 유홍준 교수 등이 모여 김민기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의 발인식이 엄수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 앞에서 배우 설경구와 장현성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 |
유족들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소극장을 한 바퀴 돈 뒤 다시 운구차로 향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작별이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그 순간 누군가 고인의 대표곡인 ‘아침 이슬’을 부르기 시작했다. 추모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함께 노래했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목이 메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 목청껏 부른 동료들의 노래를 들으며 고인은 마지막 길을 떠났다.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의 발인식이 엄수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 앞에서 색소포니스트 이인권씨가 김민기의 곡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 |
고인은 평소 주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밥 먹었니?”, “밥 노나(나눠) 먹아라”라고 말했다 한다. 유족들은 그 뜻을 기려 장례식에서도 일체의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았다.
고인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 김성민 씨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학전이 폐관하면서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저희 선생님을 응원하시느라고 십시일반 도와주셨다. 충분히 가시는 노잣돈을 마련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장례를 위해 고인의 서울대 후배인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빈소를 찾아 50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전 프로듀서는 평소 고인을 ‘형님’, ‘대한민국 가수들의 초석을 다진 매우 존경하는 분’이라 칭해왔고, 학전 폐관 과정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쾌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