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가 9개월 넘게 이어진 전쟁 속에 ‘인터넷 암흑’이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아랍에미리트(UAE) 미디어 당국과 이스라엘의 지원 속에 스타링크가 이제 가자지구 병원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썼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이동통신을 순차적으로 차단했고 지금은 전역이 ‘인터넷 암흑지대’로 변했다.
국제사회는 인터넷 접속 차단으로 가자지구의 인적 위기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머스크에게 위성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촉구했다. 이에 머스크도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국제 구호단체 등에 이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 의사를 밝혔다.
머스크는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를 위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하기도 했다.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를 위해 스타링크와 원칙적인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힌 뒤 실질적인 서비스 진행을 위한 세부 사항을 조율해왔다.
다만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가자지구에서 스타링크가 작동하기 시작했지만, 서비스지역을 특정 병원으로 한정해 일반인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전 미국 정부의 팔레스타인 인터넷 연결 사업에 참여했던 이동통신 전문가 켄 지타는 “아주 소규모의 (인터넷) 제공이다. 단 한 개 지점에서만 공급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 피란민을 위한 구호사업을 진행 중인 유엔 인도주의 사무소도 원활한 구호 활동 계획 및 진행과 구호활동가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통신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세계 최고 갑부인 머스크는 이번 가자지구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지구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영향력의 원천인 스타링크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작가 월터 아이작손은 지난해 9월 출간한 전기에서 머스크가 러시아에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스타링크 스위치를 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함을 침몰시키는데 스타링크를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아이작손은 기술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세바스토폴(크림반도 최대 해군 항) 전역에 스타링크를 작동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의도는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를 침몰시키려는 것이 분명했다”며 “만약 내가 동의했다면 스타링크는 전쟁과 분쟁 확산의 명백한 도구가 되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타링크의 이란 내 서비스도 국가 간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이란 내 반체제 운동가들은 미국의 지원으로 당국의 검열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스타링크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이란 정부는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에 스타링크 서비스 중단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은 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특정 국가 전체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