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發 ‘백화점 톱3’ 지각변동

신세계 센텀시티점 [신세계 제공]

국내 백화점 상반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올해 국내 백화점 점포 ‘톱 3’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4위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3위인 롯데 본점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어서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올해 매출 톱3 점포 중 2곳을 신세계가 차지하는 이변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백화점 매출 3위인 롯데 본점과 4위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격차는 약 20억원으로, 전년(약 332억원)보다 크게 좁혀졌다. 주목할 점은 센텀시티점의 매출 신장률이다. 센텀시티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은 6%였다. 롯데 본점(2.6%)보다 2배 이상 높다. 빠른 신장률을 무기로 센텀시티점이 롯데백화점의 자존심인 명동 본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2017년 신세계에 전국 1위 매출 점포 자리를 빼앗긴 롯데백화점로서는 3위마저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현재 신세계 강남점은 7년째 백화점업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3년 전인 2021년 롯데 본점과 연매출 격차가 1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약 78억원 수준까지 좁혔다.

이런 위기감에 롯데백화점은 2021년부터 남성 해외패션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본점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본점 7층 스포츠·레저관의 주요 브랜드 매장 면적을 확대, 스니커즈 특화존 등 전용공간을 늘렸다. 백화점 최초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특화 비콘 매장을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키즈관, 명품관(에비뉴엘) 또한 재단장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업계는 경기침체 속에서 지방 소재 점포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방 점포 가운데 매출 하위권이었던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 6월 폐점했다. 반면 타사 지방 점포에는 없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 비통·샤넬)를 모두 보유한 점포인 신세계 점포 2곳(센텀시티점·대구점)은 일부 타사 서울 점포보다 매출이 많다. 센텀시티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본점, 더현대서울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더현대 대구는 지난 2022년 말 리뉴얼 오픈하며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신세계 대구점 매출(올해 상반기 기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매출 집중도가 좋지만 지방은 소비력이 입증된 곳에서 성적이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규모가 있고 브랜드 경쟁력을 보유한 점포만 살아남는 양극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백화점 수장인 정준호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각 사의 1등 점포인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 격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473억원)보다 320여원 늘어난 1797억원으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적이 악화한 롯데백화점 전체 32개 점포 중 21개(65%)의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특히 1500억원을 들여 리뉴얼한 타임빌라스 수원(전 롯데백화점 수원점)은 공사 등으로 매장 운영이 제한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8.7% 가까이 줄었다. 하반기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정 대표는 전날 전국 점장과 임원 등 100여명을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소집해 전략공유회의를 진행했다. 잠실점과 강남점의 리뉴얼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신세계 강남점 스위트파크 등 식품관 리뉴얼에 이어 현대백화점 부산 커넥트현대 브랜드 리뉴얼이 진행되는 가운데 차별화된 경쟁력을 요구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이 계열사에 전사적인 비용절감 기조를 유지 중인 만큼 적극적인 리뉴얼 추진에 대한 부담은 존재한다. 정 대표는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다”며 “소모품 비용처럼 단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은 줄여야겠지만 리뉴얼 등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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