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상속세 개편, 국회서 수정 불가피…금투세·밸류업도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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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25년 만의 상속세 일괄개편안을 내놨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어 상당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밸류업’ 조치로 내세운 가업상속 및 주주환원 세제 혜택도 거야(巨野)의 반대를 넘기 힘든 세제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14일간의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15개 세법개정안(내국세법 12개·관세법 3개)을 제출할 예정이다. 세법은 국회 기재위 법안심사를 거쳐 연말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으로 일괄 처리된다.

우선, 상속세 완화의 3대 축인 세율, 과표, 공제 모두 안갯속이다. 정부는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하고, 최저세율(10%) 과표 상한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면서 '30억원 초과 50% 세율' 구간을 아예 없앤다는 방침이다.

최저세율 구간이 상향 조정되기는 하지만, 상속액 30억원을 웃도는 최상위 자산가들에게 감세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야권의 부자감세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위원들은 성명에서 "상위구간 과표를 조정하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게 대체 서민·중산층과 무슨 관계인가"라며 "주택값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을 염려하는 중산층의 마음을 역이용해 엉뚱하게 거액 자산가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속세 개정의 하이라이트 격인 자녀공제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현재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해 거의 사문화된 자녀공제를 1인당 5억원으로 대폭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대부분 상속인(자녀)이 적어도 2~3명인 현실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감세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무게를 두는 '일괄공제 확대'는 자녀공제보다는 감세 효과가 덜한 편이다. 일괄공제를 현행 5억에서 10억원으로 올리면 배우자공제(5억원)까지 상속액 15억원까지 세금부담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일괄공제만 높이더라도 이른바 '집 한 채'를 가진 서울 중산층들은 대부분 상속세에서 자유로워지는 현실을 파고든 것이다.

공제의 각론에서 충돌하는 모양새이지만, 결론에 따라 상속세제의 윤곽은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민의힘 기재위 관계자는 "이번에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빠지면서 상속세에 논의가 집중될 것"이라며 "(정부안대로) 쉽지는 않을 것 같고, 국회 논의과정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거액 자산가들의 영역인 '최대주주 보유지분 할증평가' 폐지안,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액 5천억원 미만'에서 '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하고 밸류업 우수기업에도 가업상속공제를 늘리겠다는 세법개정안도 현실화 여부가 불투명하다.

기업의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에 대한 당근책인 '주주환원 촉진세제'도 마찬가지로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조치다. 1400만명의 '개미투자자' 역시 밸류업의 낙수효과를 보게 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들이 집중적인 수혜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번 세법 논의의 또 다른 뇌관은 금투세다. 정부·여당이 '금투세 폐지' 입장을 공식화했고, 민주당 안팎에서도 부분손질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5년간 5억 면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기업 사주를 비롯한 초거액 자산가들의 금융소득엔 과세하되, 통상의 개미투자자들을 면세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라디오에서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야당의 입장차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상속세가 외견상 충돌지점이라면, 실질적으로는 금투세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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