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기획재정부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다른 부처들은 학계 출신과 정치인 낙하산들이 장악해 해당 전직 관료들이 줄줄이 백수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중앙 부처 부총리급 또는 장관급에 기용된 기재부 출신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완섭 환경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총 6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도 기재부 출신이다.
차관급을 포함하면 기재부 출신 정부 주요 인사는 더 늘어난다. 기재부 산하 4대 외청 중 국세청을 제외한 3곳(관세·조달·통계청)의 수장을 기재부 출신인 이형일 통계청장과 임기근 조달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계청장에 학계 출신들이 줄곧 임명됐으며 관세청장에 검사출신이 처음으로 재직했다.
또 기재부 1급들은 퇴직과 동시에 기관장 또는 국제기구 이사, 국책은행 감사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홍두선 기재부 전 차관보는 지난달 8일 후임 인사난 후 한달여만에 이달 3일 한국평가데이터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국투자공사 사장, 산업은행 상임 감사 등도 기재부 출신들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대부분 부처들과 산하 공공기관들은 학계 출신과 정치인 낙하산들이 장관과 기관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인해 만61세 정년을 채우지 못한 관료들이 백수로 전락해 최대 1년가량 취준생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정황근 전 장관이 총선 출마 권유로 인해 지난 1월 이임한 후 농촌경제연구원 출신인 송미령 장관이 취임했다. 당시 차관은 기재부 출신 한훈 전 통계청장이었다. 이달 한 전 차관이 이임하기 전까지 7개월가량 농식품부 장차관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던 것이다. 이로인해 윤 정부 초대 농식품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행정고시 37회인 김인중 전 차관(56)은 지난해 7월 이임한 후 일년가량 산하 기관에 자리를 보전받지 못한 상태다.
행시 36회이후부터는 박근혜 정부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만61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이들은 만61세까지 공식 수입이 0원이다. 한국마사회,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은 정치인 낙하산들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산업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안덕근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모두 서울대, 인하대 교수 출신으로 채워졌다. 한국전력에는 4선의 국회의원 출신인 김동철 사장이 첫 정치인 출신으로 취임했다. 한전 창립 이후 62년 만에 탄생한 첫 정치인 출신 수장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2022년 11월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임된 바 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도 설립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19대 국회의원(비례의원) 출신인 민병주 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학과 초빙교수가 2022년 9월 임명됐다. 여기에 공모 절차 중인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 신임 사장 인선에도 ‘정치권 낙하산 인사 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10월 조직을 위해 용퇴한 정대진 전 통상차관보(행정고시 37회), 문동민 전 무역위원회 상임위원(행정고시 38회)은 9개월가량 취준생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용퇴한 이경호 전 부산엑스포유치단장(행정고시 39회)도 현재 자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