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이 폐쇄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병국·김벼리 기자] 큐텐그룹의 수장인 구영배 회장이 지분 매각과 사재를 출연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환불과 판매자 정산 지연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9일 금융당국이 밝힌 5월 판매분의 미정산금은 2000억원을 웃돈다. 내부 직원의 메모를 통해 공개된 미정산금 규모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큐텐그룹이 금융당국에 조달하겠다고 밝힌 700억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현재 확신할 수 없다.
문제가 된 수천억원 규모의 판매자(셀러) 정산금 미지급 문제도 여전히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최대 월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결제 대금의 행방도 묘연하다.
판매자들은 큐텐이 위시(Wish)를 23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개월의 정산 주가를 이용해 향후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위시 인수에 썼다는 것이다.
큐텐은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 등에 있는 큐텐 계열사의 자금을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금액이 많지 않다. 지난 27일 오전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서울 강남 티몬 입주 빌딩에서 피해자들이 ‘큐텐의 600억원 지원설’을 묻자 “중국에 있는 자금이다. 중국에서 바로 빼 올 수가 없어 론(대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해에는 구 회장이 2011년 설립한 중국 상해에 설립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상해 지오히시 유한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 2억3000만 위안(약 438억원)으로 설립됐다. 아직 이 회사의 재무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큐텐 계열사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중국 내 자본 조달 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앞서 큐텐은 금융당국에 위시를 통해 내달까지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위시 역시 대규모 적자 상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시에 입점해 있는 중국 거주 판매자의 일부도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앞으로 추가로 생기는 정산금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25일 기준 미지급 정산금만 2134억원인데 이는 5월 판매분에 대한 것이다. 6월과 7월 판매분의 미정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큐텐 지분의 42.8%를 소유한 대주주다. 싱가포르에 있는 모기업 큐텐이 한국 내 티몬, 위메프 등의 기업과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 등을 산하에 두고 거느리는 형태로 돼 있다. 구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환불 문제와 정산금 지연 상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인 판매자 정산금 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입장문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구 회장은 판매자 등에 대해서는 “판매자(셀러) 피해 규모는 현재 여러 변수 요인으로 인해 정확한 추산이 어렵지만, 양사가 파트너사들과의 기존 정산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복원하지 못하면 판매자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협조를 구한다고만 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주주인 구영배 회장이 전면에 나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뒤 공개석상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7일 이에 대해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어 출국은 못한다”며 “국내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구 회장이 무리한 ‘몸집 불리기’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03년 G마켓을 설립해 2009년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했다. G마켓의 매각 조건이었던 ‘10년간 경업 금지’ 조항이 풀리면서 공격적으로 국내외 플랫폼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티몬을, 작년에는 인터파크쇼핑과 위메프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