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남자끼리 엉덩이 1초 만졌다가…법원 “성추행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동성 간에 고마움을 표하려고 성적인 의도 없이 엉덩이를 1초간 만졌더라도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아)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유죄를 인정하며 선고유예로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 씨는 2022년 강원도의 한 부대에 이등병으로 전입해 같은 생활관을 쓰게된 동기 B 씨에게 "담배 피우러 함께 가자"며 말을 붙였다. 이등병은 사고방지를 위해 혼자 다니지 못하고, 선임이나 동기와 함께 다니게 하는 경우가 많다.

A 씨는 서로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같이 가겠다고 해 준 B 씨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엉덩이를 1초 가량 만졌다.

B 씨는 그 자리에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고, A 씨는 곧바로 사과했다.

그러나 결국 군 당국의 수사로 이어져 군사법원에 기소됐고, A 씨가 지난해 9월 전역하면서 민간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A 씨는 "손바닥으로 B씨 엉덩이를 '툭'하고 친 적은 있지만 움켜쥐진 않았다"며 "친근감을 나타내려고 바지 위로 1초 정도 엉덩이를 만졌다. 추행이 아니고 고의성도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B 씨는 "A 씨가 친근함의 표시로 오른쪽 엉덩이를 아주 살짝 1초 정도 움켜잡았다"면서도 "툭 친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엉덩이를 어떻게 만졌는지 여부, 혹은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추행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기였지만 엉덩이 접촉을 허용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엉덩이는 보통 성인 남성 사이에서도 쉽게 손을 대지 않는 성적인 부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 위로 엉덩이를 만진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선량한 도덕관념에도 맞지 않는다"며 "성적인 욕구를 만족하겠다는 목적이 없었더라도 추행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지만,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려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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