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연계’ 마이스터고 늘린다는데…졸업생들은 줄줄이 대학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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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3년 전 한 첨단 분야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는 지금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졸업 후 대기업 계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계약직으로 취업했었으나, 군대를 다녀오니 취업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다른 회사에서 다시 계약직 제안을 받았지만, 정규직 전환 계획은 없다는 말에 포기했다. A씨는 “늦깎이라도 차리리 대학에 다시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올해 수능을 치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마이스터고 설립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정작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은 취업이 아닌 ‘대학’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역행하는 방향이다.

대학 가는 마이스터고 졸업생들…10년새 2배 늘어

30일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2024학년도 마이스터고 출신인 대학 입학생은 2603명으로, 10년 전인 2015년 대비 2.3배가량 늘어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6학년도 1559명 ▷2017학년도 1443명 ▷2018학년도 1710명 ▷2019학년도 1827명 ▷2020학년도 1736명 ▷2021학년도 2119명 ▷2022학년도 2081명 ▷2023학년도 2622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마이스터고는 47개교에서 54개교로 늘었다.

학교 유형별로 보면, 사이버대학을 제외한 일반 대학 입학생이 올해 기준 81.9%(2134명)이었다. 통상 사이버대학 진학은 마이스터고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며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다. 이같은 사이버대와 방송통신대 입학생은 22%(592명)에 그쳤다.

“군대 다녀오니 낙동강 오리알…대학진학 불가피”

졸업 후의 불안정한 진로를 고려하면 대학 진학은 불가피하다는 게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의 이야기다. 직업계 고등학교 중 하나인 마이스터고는 취업률이 높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는 소수의 학생에게만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구 소재 한 마이스터고는 현재까지 총 216명이 졸업했는데, 스타트업에 취업한 학생은 98명(45.3%)인 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6명(7.41%)이었다. 금융권 진학도 14명(6.48%)에 그쳤다.

소규모 기업이나 계약직이 많아 대부분이 1~2년 사이 퇴사하기도 한다. 한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은 “남자의 경우 계약직으로 우선 취업했다가 군대를 다녀와서 취업난 상황에 다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대학 진학을 뒤늦게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졸업생은 “생산직으로 취업했지만 주6일, 2교대 일이 맞지 않아 반 년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교육부는 2027년까지 마이스터고를 65개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 3개교를 신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도 3개교를 지정할 계획이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인재 수요가 늘어나는만큼, 고졸 기술 인재를 빠르게 양성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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