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vs ‘친해리스’…대선 앞두고 양분된 실리콘밸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실리콘밸리가 ‘친트럼프파’와 ‘친해리스파’로 양분됐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실리콘밸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데이비드 색스 야머 CEO 등이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면서 민주당 지지자와 대립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페이팔 마피아(페이팔 출신 인사)’ 중 한 명인 머스크 CEO와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계 억만장자들이 공개적으로 정치권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다. NYT는 “이들 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팟캐스트 등을 통해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공화당 지지자인 색스 CEO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사건 배후에 ‘민주당 큰손’인 호프먼이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호프먼의 게시글을 인용하면서 “좌파가 이러한 상황을 정상으로 만들었다”며 호프먼이 이번 총격 사건을 일으킨 데 도움을 줬다고 암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머스크 CEO도 “호프만과 같은 사람들이 가장 바라던 소원을 얻었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페이팔에서 활동했던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이다.

반면 실리콘밸리 투자자 로저 맥나미는 트럼프 지지자를 비판하고 나섰다.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비츠의 공동창업자 벤 호로비츠가 직원들에게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자 엑스에 “민주주의에 반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호로비츠 공동창업자는 “어떻게 생각이 다르다고 엑스에 공개 비판을 하냐”고 항의했다.

노골적인 상호 비방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IT 기업인들은 서로가 잠재적 거래처가 될 수 있기에 공개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맥나미는 “1~2년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에는 오메르타(omerta, 서로 갈등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마피아 규칙) 같은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사람들은 항상 싸웠고 누군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우클릭’한 기업인들이 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먼저 머스크 CEO가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슈퍼팩에 매달 4500만달러(약 622억원)를 기부할 계획을 밝히면서 신호탄을 쐈다. 그러자 머스크의 측근인 색스 역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무대에 올라 트럼프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과거에는 트럼프를 비난했지만 최근에는 지지로 돌아섰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술 관련 정책과 규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트럼프 지지자가 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규제 완화, 감세, 가상화폐 산업을 지원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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