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때리기로 해리스 지원?…‘대통령 면책·대법관 임기 제한’ 제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LBJ 대통령 도서관에서 민권법 체결 6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제한하고 연방 대법관 종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공화당 측에선 이 같은 개혁안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의 린든 존슨 전 대통령 도서관에서 민권법 60주년을 기념하는 발언을 통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면책 특권 제한을 위한 개헌, 연방 대법관 임기 18년으로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사법 개혁안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사법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민권법 서명 당시 존슨 대통령이 ‘이법의 규모와 범위는 법원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최근 몇 년간 대법원이 내린 것과 같은 극단적인 의견들이 오랜 기간 확립된 민권 원칙과 보호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주도한 우파 정책집 ‘프로젝트 2025’를 거론하면서 “프로젝트 2025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강하게 공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극단적인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운동 구호) 운동은 출생시민권 제도를 종료할 것도 제안했다. 이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보여준다”며 대법원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누구도 법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헌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한다”면서 “이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어떤 면책 특권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던 1·6 사태를 거론하면서 “2021년 1월 6일처럼 미래 대통령이 폭력적 군중을 선동해 의사당을 습격하고 평화적 권력 이양을 막는다고 해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의 대통령 면책 특권 결정과 관련해 이날 연설에서도 “법원이 극단적이고 견제받지 않는 어젠다를 무기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 결정은 이 나라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법에 따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적 기대에 대한 전면적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제타 파이 베타 소로리티(Zeta Phi Beta Sority, Inc.)의 그랜드 불레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도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 면책 특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개혁은 법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며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종신제인 연방 대법관 임기와 관련, “대통령이 2년마다 18년 임기의 대법관을 1명씩 임명하는 제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종신직인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정부 때 3명의 대법관이 임명된 것을 계기로 현 대법원은 보수 성향이 6명으로 진보 성향(3명)보다 많은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4건의 사건으로 형사 기소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재임 중 한 공적인 행위는 면책 특권이 인정된다고 결정하는 등 논란이 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대법관의 윤리 문제와 관련, “윤리 강령은 약하고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면서 “저는 대법원에 구속력 있는 행동 강령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보수 성향 대법관 가운데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2020년 대선 결과 부정을 상징하는 이른바 ‘거꾸로 성조기’가 집에 게양돼 관련 사건의 기피 요구를 진보 진영으로부터 받았다. 또 다른 보수 성향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후원자 등으로부터 호화 여행을 비롯한 향응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마르케트 로스쿨의 지난 5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미국인의 61%가 법원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 의회 연석회의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방문에 앞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AP].

미국의 개헌은 상·하원에서 각 3분의 2이상 찬성 등의 개헌안 발의, 4분의 3 이상의 주(州)에서 비준 등의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공화당에선 바이든의 사법 개혁 제안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와 해당 개혁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개혁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올 11월 미 대선을 겨냥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민주당은 법원의 최근 결정 중 일부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건국 이래 미국을 이끌어온 (사법)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한다”면서 “바이든 해리스 정부의 이 위험한 도박은 하원에 도착 즉시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개혁안은 분열된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고 민주당은 상원에서 근소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올해 대선을 겨냥해 민주당의 진보적 기반을 자극하기 위한 메시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는 CNN에 “바이든의 개혁 추진은 미국인들에게 ‘11월에 투표할 때 대법원이 투표용지에 올라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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