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법인세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며 올해 상반기 걷힌 국세가 연간 세입 계획의 45.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6월까지 평균 진도율(연간 세수입 실적 대비 6월까지 걷힌 세금)은 52.6%로, 이에 견줘 올해 진도율은 6.7%포인트 낮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세수 펑크’가 불가피한 만큼 오는 9월께 대응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6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6월까지 걷힌 국세는 총 16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인 56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걷힌 국세에 견줘서도 10조원이 적은 규모다. 국세가 예상보다 덜 걷힘에 따라 5월까지 세수 진도율(예산 대비)은 45.9%로, 최근 5년 평균(실적 대비)에 견줘 6.7%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세수결손의 주요인은 법인세수 급감이다. 6월까지 걷힌 법인세수는 3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46조7000억원)보다 16조1000억원 적다. 6월까지 법인세수 진도율(예산 대비)은 39.5%로 최근 5년 평균(57.9%)에서 18.4%포인트나 낮다. 고금리 영향으로 원천분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로 납부액이 급감하면서 지난 6월에도 7000억원이 덜 걷혔다. 지난해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45.0%, 39.8% 급감했다.
이밖에 종합부동산세도 지난해 고지세액 분납분 감소로 4000억원 줄었고, 증권거래세도 세율인하 영향 확대로 1000억원 감소했다. 관세도 올 상반기 수입액(3117억달러)이 전년 동기(3333억달러)보다 6.5% 감소해 2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국내분 환급 감소와 환율효과에 따른 수입분 소폭 증가로 6월까지 1년전보다 5조6000억원 많은 41조3000억원이 걷혔다. 소득세는 종합소득세 성실신고사업자 납부 감소로 6월 분이 1000억원 줄었지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소득세 증가, 취업자수 증가로 근로소득세 감소폭 축소 등으로 상반기 동안 전년보다 2000억원 많은 58조1000억원이 걷혔다.
다만 올 상반기 국세 진도율과 최근 5년 평균 진도율 간 격차가 7% 가까이 벌어지면서 기재부도 비상이 걸렸다. 재정당국은 이미 지난달 세수결손 대응수위를 끌어올리는 ‘조기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조기경보 시스템은 경제상황 변화로 세수 급등락 등 이상징후가 나타날 경우 이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2022년에 도입됐다. 도입 당시 기재부가 발표한 ‘세제 업무 개선안’을 보면, 기재부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세수 부족에 따른 국채 발행, 초과세수 활용 등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56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작년에도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하고 지방교부세·지방교육교부금을 줄여 세수 부족분을 대부분 충당했다. 올해에도 기재부는 작년처럼 ‘기금 여유 재원 전용’과 ‘불용’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정공법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설치해 둔 기금 재원을 돌려막거나 계획된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의미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올해에도 선제적 대응 방식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처럼 9월 중순께 세수 재추계 결과와 그 부족 분을 어떻게 마련할 지 대응 방안을 발표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