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2025’ 총책임자인 폴 댄스 헤리티지재단 국장.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서 만든 트럼프 2기 정책 제안집 ‘프로젝트 2025’로 인해 민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 가운데, 해당 제안집을 만든 총책임자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프로젝트 2025’의 총책임자 폴 댄스 헤리티지재단 국장이 사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댄스는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인재관리국 비서실장을 역임한 핵심 측근으로, 프로젝트 2025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결 고리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최근 헤리티지재단 직원들에게 “이 프로젝트 작업은 전당대회와 함께 마무리될 예정이었다”며 “현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8월 말 헤리티지를 떠날 계획”이라는 메모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댄스의 사임은 제안집 내 극단적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사임한 것”이라고 짚었다.
프로젝트 2025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주도로 100개가 넘는 보수단체가 참여해 만든 992쪽 분량의 정책 제안집이다. 이 제안집에는 경제, 통상, 이민, 낙태, 외교, 안보 등 분야에서 급진적인 보수 정책 요구가 담겼다.
댄스 외에도 러스 보트 전 예산관리국장, 스티븐 밀러 전 연설담당 선임고문,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 등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인사들 다수가 보고서 작성에 관여해 사실상 ‘트럼프 2기 행정부 공약집’으로 평가된다. 제안집이 교육부 폐지, 학자금 대출 구제 프로그램 중단, 대통령과 행정부 권한의 대폭 확대, 법무부·국토안보부·연방수사국(FBI) 정비, 불법 이민자 추방, 대규모 감세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트럼프 캠프의 공약과 일치한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원들은 프로젝트 2025에 담긴 극우 정책을 거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텍사스주 연설에서도 “프로젝트 2025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강하게 공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프로젝트 2025에 대해 “우리 자녀와 가족, 미래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며 "이들 극단주의자는 우리를 퇴보시키려 하지만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2025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해당 제안집에 담긴 극우 정책으로 중도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그들이 말하는 것 일부는 동의하지 않으며 일부는 완전히 터무니없고 끔찍하다”고 선을 그었다.
헤리티지재단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 비난 여론이 일자 활동을 축소하고 있다.
WP는 “일부 헤리티지재단 직원들은 조직을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케빈 로버트 헤리티지재단 회장은 폭풍이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직원들은 트럼프 캠프가 조직을 계속 공격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재단 측은 제안집 작성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과 프로젝트 2025는 많은 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만이 자신의 의제를 설정한다”며 “프로젝트 2025는 어떤 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그의 캠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인터뷰 방침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