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 들어 6월까지 임금 체불액이 1조436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1조원을 넘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금 체불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문했지만, 올해 체불액은 2조원을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체불액은 1조436억원, 체불 피해 근로자는 15만50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견줘 체불액은 2204억원(26.8%), 피해 근로자는 1만8636명(14.1%) 급증했다. 지난 한 해 전체 체불액은 1조784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기 기준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탓에 올 연말 임금체불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상반기 체불액 중 78.9%가량인 8238억원은 청산됐다.
임금 체불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유는 건설경기 부진 등 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건설업 체불은 전년 대비 49.2%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도 26.0% 증가해 247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업종 중에선 제조업 체불 규모(상반기 2872억원)가 가장 크지만, 전체 체불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7.6%에서 올 상반기 23.7%까지 늘어났다. 보건업 체불액도 상반기 71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67.8% 급증했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난 것도 체불액 증가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임금체불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체불 급증의 원인에 대해 "임금이 상승한 만큼 체불액도 매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최저임금 상승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2.5%에 그쳤다. 근로감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전날 올해 상반기 1만196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확인된 체불임금은 390억원(5만8000여명분)이다. 이는 올 상반기 전체 체불액의 3.7%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고쳐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해 신용 제재와 정부 지원 제한, 공공입찰 불이익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선 '임금채권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일부터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 대신 지급한 체불임금을 변제하지 않은 사업주의 미회수금과 해당 사업주의 인적 사항 등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제공하는 등 신용제재를 강화한다. 해당 사업주는 금융기관의 대출 및 신용카드 발급 제한, 이율 차등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고용부는 지난달 임금체불 등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민·형사상 원트랙' 구축 등 노동약자 보호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임금체불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민생토론회에서 노동법원 설치 법안 준비를 주문하면서 "노동 관련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보았을 때 이것을 원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