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8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상황이 여건을 충족할 경우 “이르면 오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다 지난해 9월부터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9월 금리인하 기대가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검증(test) 조건이 충족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이르면 9월 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 조건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데이터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지 ‘데이터 포인트’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특정한 데이터 한두 개 발표에 반응해 정책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전망의 변화와 위험 균형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 증가와 탄탄한 노동시장 유지와 부합하는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9월 인하 조건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기대 경로에 맞춰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인플레이션 지표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더라도 고용 상황, 물가·고용 관련 위험 사이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직접적인 금리 인하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노동시장 상황은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왔다. 강하지만 과열되지는 않았다”면서 “2분기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우리의 확신을 더했다”고 말했다.
‘왜 오늘 금리를 내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경제가 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위원회의 대체적인 인식”이라면서도 “아직은 그 시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연준의 설명자료도 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달 회의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라고 평가했는데 6월 회의 때는 ‘다소(somewhat)’라는 표현이 없었다. 또한 연준은 “최근 몇 달간 FOMC의 2% 물가 목표를 향한 일부 추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연준은 금리를 낮추려면 물가가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해 왔다.
그동안 물가에 집중해 온 연준은 이달 노동시장에도 주목했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률을 달성하고 물가를 2%로 유지한다는 두 가지 목표와 관련해 “양쪽 모두와 관련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해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파월 의장은 “연준이 절대적으로 정치 중립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정책 수단을 절대로 쓰지 않는다”며 “선거 전에도, 선거 중에도, 선거 후에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데이터와 (경제) 전망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