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사람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발 수요 감소에 대한 불안이 유가를 짓눌렀지만 최근 중동 지역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증가하고 대리전으로 확전될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유가를 다시 자극하는 모습이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거래일보다 3.18달러(4.26%) 급등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2.09달러(2.66%) 오른 배럴당 80.72달러에 마감했다. 전날까지 하락세를 이어간 원유는 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하마스는 이날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레바논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도 사망했다.
이는 헤즈볼라가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의 축구장을 폭격해 어린이 12명이 사망한 데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최근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분쟁 확대 위험, 홍해를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추가 공격과 함께 이란의 석유 생산과 수출에 미칠 영향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시장 참여자들은 중동 지역의 갈등이 더욱 파괴적인 대리전으로 번져 미국과 이란이 휘말리고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원유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새로운 양상을 보여도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었다.
프리얀카 사치데브 싱가포르 필립노바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격으로 “휴전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테헤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분쟁 확대를 촉발할 수도 있고, 다른 국가들의 개입을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 배빈 CIBC 프라이빗웰스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최근 하니예 암살에 대한 이란의 대응과 이로 인해 지역 내 더 광범위한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을 시장이 주시하는 가운데 원유 가격은 물 속에 눌렸던 비치볼처럼 튀어 오르고 있다”며 “원유 재고 감소와 거시 경제 환경이 개선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긴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돼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시장은 원유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