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민권법 6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면서 가자전쟁 휴전 협상에 깊이 개입해 온 미국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남은 6개월 임기 동안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고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행정부를 두고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절름발이 오리에 빗댄 말)’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중동 지역의 정치적 지형을 재편성하려던 목표를 이루기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하니야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가운데, 가자전쟁이 확전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다. 아직 백악관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 왔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이 이스마일 하니예를 표적 살인한 작전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했다고 밝힌 가운데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으로 중동에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화당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네타냐후 총리는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는 어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레바논, 이라크,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및 사우디아라비아에 협상단을 보내며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휴전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확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확전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없다”며 “이집트, 이스라엘, 카타르와 정기적인 소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소통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실행 가능한 과정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서의 확전을 막지 못한다면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마이클 코플로 이스라엘 정책 포럼 수석 책임자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주까지만 해도 인질 교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 통념이었다”며 “하지만 이 모든 일들로 인해 예측할 수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니예의 죽음이 아니라 포로 교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동 지역의 확전 우려는 미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NYT에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지저분한 지역 분쟁에 빨려들어가지 않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바이든이 이란이나 헤즈볼라의 대응을 통제하기는커녕 조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