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루브민 위치한 노르트 스트림 2 가스 송유관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단에 반발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공급원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줄이고 대체 공급원을 찾으라고 전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 원유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 회사인 루크오일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린 뒤 루크오일이 수출하는 원유가 수송되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자국 내 구간을 차단했다.
이에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정부는 자국 내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며 항의했다. 페테르 시자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EU가 무기 지원을 거부하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도 EU에 “석유 공급 차단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상황이 심각하다. 이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돔브로브스키스 위원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충분한 연료 공급을 가지고 있다면서 EU와 우크라이나의 무역 협정에 따라 이들 국가가 요구한 사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 전쟁 이후 대체 공급처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재 이행을 면제 받아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 중이었다. 헝가리는 석유 수입의 약 7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을 루크오일을 통해 공급 받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핀란드 대기오염 연구기관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분석가인 바이하브 라구난단은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이달(7월)부터 20일까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헝가리의 원유 수입량이 지난달에 비해 3분의 1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돔브로브스키스 위원은 이들 국가가 크로아티아에서 선박용 원유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연료 공급을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EU는 크로아티아 석유 회사인 자나프의 아드리아해 송유관을 통해 충분한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들어오는 석유가 우크라이나의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헝가리 석유업체인 몰그룹이 보낸 서한을 인용해 전했다.
우크라 전쟁 이후 EU는 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루크오일 제재와 드루즈바 송유관 차단 조치에도 여전히 일정량의 석유를 러시아로부터 공급 받고 있다.
루크오일 외에도 로스네프트, 타트네프트 등 러시아 석유 업체들은 우크라이나의 제재 명단에 제외된 나머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차단한 드루즈바 송유관 외에도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나지 않는 투르크스트림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DW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가 올해 6개월 동안 러시아로부터 28억달러(약 3조8388억원) 상당의 원유를 수입했다고 CREA 자료를 인용해 부연했다.
다만 DW는 “우크라이나가 루크오일을 제재 명단에 넣은 것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막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루크오일 외에도 러시아 석유 업체들을 제재 명단에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