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축소됐다”며 해명에 나섰다. 다만, 다음 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수요가 자극될 수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당국이 공개한 은행 가계대출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조6000억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5조5000억원 늘어났다. 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7월 중 증가폭은 6월(6조3000억원)에 비해 축소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달 12일 발표하려던 가계대출 속보치를 이례적으로 미리 공개한 것은 최근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전월 말에 비해 7조166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증가폭으로는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증가율도 올 들어 처음 1.0%를 찍으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559조7501억원으로 한달새 7조5975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활성화에 따른 대환수요 증가로 여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5대 은행으로 이동한 효과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5대 은행 기준으로 전체적인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대환대출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교해보니, 주요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의 대출금리 평균 하단은 3.57%, 상단은 4.25% 수준이었고, 다른 은행(SC제일·BNK부산·광주·케이뱅크)은 하단 3.44%, 상단 5.52% 정도로 나타났다. 평균금리로 볼 때는 금융당국의 설명대로 착시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자극할 유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9월부터 은행권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확대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이달 막차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사 등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가능성, 수도권 부동산 거래 회복 등 리스크도 있다.
연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증가율 목표치를 1.5~2%로 잡았던 5대 시중은행들은 최근 한달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4차례 인상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들어선 우리은행이 대환대출을 포함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신한은행은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3%포인트, 0.1~0.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와 관련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이 필요하다고 보면 (특단의 대책)을 지체 없이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서도 “금리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