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 상정된 후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추진 법안마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진 ‘7월 국회’를 지나자마자 5일부터 바로 ‘8월 국회’가 시작됐다. 재의결 끝에 부결되면서 폐기된 후 민주당이 다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채해병 특검법’ 재발의를 두고 국민의힘과의 힘겨루기가 8월 국회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채해병 특검법 관련 입장을 먼저 제시하도록 일단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이끌 특별검사를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거론했던 만큼 국민의힘이 안을 내놓으면 그에 관해 논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은 채해병 특검법 처리를 마냥 지체할 수만은 없다는 인식과 무관치 않다. 채해병 특검법이 채해병 순직 및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다루는 만큼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법안인데, ‘야당 추진 법안 본회의 통과→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시도’가 되풀이되는 흐름에서 입법을 달성하지 못하고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앞서도 채해병 특검법은 22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되돌아온 후 지난달 25일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재의결을 통해 가결시키려면 최소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범야권 의석수를 감안할 때 여당의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와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선 재의결을 염두에 두자면 여권 이탈표가 숙제로 남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에서 먼저 법안을 제시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찬성표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특검 추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제3자 추천 방식의 경우 이제 막 당권을 쥔 한 대표가 언급했던 것인 만큼 지도부 차원에서 더욱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냐는 차원의 공세이기도 하다. 나아가 여당 내부에서 특검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과 제3자 추천 특검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입장 사이 균열이 벌어져 다른 쟁점 사안으로 이어지는 여권 분열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복안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 취임 후 여당 내에선 제3자 추천 방식 등 채해병 특검법을 두고서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에 내정된 김상훈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제3자 추천 채해병 특검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자 “특검법의 전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그게 미진할 경우 필요성이 가려지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상황 판단을 다시 한 번 거쳐봐야 한다. 당내 의견을 좀 더 들어보겠다”고 했다. 특검 추진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당대표 선출 때까지 전당대회 모드가 이어지는 만큼 다른 당론 법안을 비롯한 중점 추진 법안에 대해선 일단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내내 이어진 필리버스터 국면의 피로감도 감안한 모습이다. 당장 본회의를 이어가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보다 ‘방송4법’과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7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재의결 시점 등 향후 전략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