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중동戰·円강세’ 3중고에 234.64PT 폭락 코스피…“반전 모멘텀 부재 우려” [투자360]

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88.05p(11.30%) 내린 691.28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 이정도로 떨어질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온라인 주식 거래앱 커뮤니티)

“미국 불황이 진짜 찾아왔다는 것도 아니고, 불황 신호가 보인다 정도인데 하루 두 번 서킷 브레이커(CB)는 너무한 것 아닌가요?”(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국내 증시가 5일 역사적인 대폭락장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울분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장 대비 각각 8.77%, 11.30%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낙폭을 10.81%까지 키우기도 했다.

이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4년여 만에 각각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우려가 확대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 증시가 급락하자 시장이 ‘파랗게 질렸다’다는 설명이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금리 인하 시사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태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가 지수 하락의 ‘방아쇠’가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4.3%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시장에서 우려하던 수준까지 실업률이 오르다 보니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미국 증시가 급락한 여파도 있지만, 오늘 가장 큰 원인은 일본 증시 급락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달러/엔이 140엔까지 강세로 갔기 때문에 또 다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 미국 빅테크주 등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우려가 일본 증시와 아시아 증시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는 시장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하기는 했지만 불안 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송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지표만 보면 당장 경기 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시장 낙폭이 과도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였던 것과 비교하면서 “돌아보면 딱히 하락 요인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결국 최고조로 높아진 불안 심리가 시장을 흔들어 놓은 결과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1년 8월 고점 대비 종가 -17% 수준에서 하락이 멈춘 뒤 횡보했다는 점에서 현재도 유사 흐름 가능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당시에도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기에 결국 정부의 다양한 부양책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큰 이벤트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 연구원은 “뚜렷한 호재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낙폭이 과다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반등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도 “호재로 볼 수 있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반영된 상태”라면서 “엔의 흐름 전환이나 미국의 경제 지표가 당장 침체를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줄 수 있는 정도여야 반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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