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수입 의존” 슈퍼푸드 ‘잠두’…방사선기술로 국산화 성공

권순재(오른쪽 끝) 박사 연구팀이 방사선육종을 통해 국산 잠두 신품종 원잠1호를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잠두(faba bean)는 콩과 식물로 단백질, 비타민, 섬유질,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고, 다이어트, 질병 예방 및 면역력 향상 효과가 뛰어나 슈퍼푸드로 불린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품종이 없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선육종 기술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도 효율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잠두 신품종 ‘원잠1호’를 개발하고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을 했다고 6일 밝혔다.

방사선육종연구실 권순재 박사 연구팀은 2014년 미국 농업연구청으로부터 371점의 잠두 유전자원을 분양받아 신품종 개발에 나섰다. 먼저 국내 기후에 가장 잘 적응하고, 주요 작물인 벼와 콩 등과 함께 윤작이 가능한 PI469181 계통을 원품종으로 선발했다.

이후 감마선조사, 계통육성 및 선발, 재배평가 및 변이검정 등의 방사선육종 과정을 거쳐 추위에 견디는 내한성이 우수한 품종을 최종 선발해 원잠1호로 명명하고, 지난 3월 품종보호출원을 신청했다.

원잠1호의 월동률(동절기간 작물 생존비율)은 96%로 원품종 PI469181(월동률 64%)보다 월등히 높아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과 토양 환경에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양가가 높은 잠두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기능성 식품 개발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능력 저하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전 단계인 전구체 L-도파(L-Dop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차세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이 원잠1호 종자 기능성 물질을 탐색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와 관련 연구팀은 경희대학교 엄석현 교수팀과 공동으로 잠두잎을 활용한 조미료, 차 제조법 및 육류 이취 제거법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잠두잎은 종자보다 L-도파 함유량은 높으나 특유의 풋내로 상업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는데, 로스팅(160~180℃)을 통해 냄새를 잡으면서도 L-도파 함유량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으로서 잠두의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원잠1호 개발은 국내 식량 자원 확보 및 국민 건강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방사선육종을 통한 신품종 및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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