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시장을 지배한 ‘공포’ 앞에 ‘검은 금요일(2일)’ 3%대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검은 월요일(5일)’엔 9% 가까이 하락하며 단번에 2400 중반대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 지수가 드라마틱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6일 장 초반 급등세에 따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다.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리스크에 따른 변동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세적 반전의 ‘트리거(방아쇠)’를 찾는 등 리스크 관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하루 새 급반전한 韓 증시 분위기=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9.86포인트(4.91%) 상승한 2561.41에 거래 중이다. 전장보다 91.79포인트(3.76%) 오른 2533.34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상승폭을 좀 더 넓혀가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42.81포인트(6.19%) 반등한 42.81을 기록 중이다.
지난 2거래일 간 한국 증시를 최악의 상황으로 이끌었던 공포심은 이날 장 초반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모양새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는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급등하면서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전날 코스피·코스닥에 대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데 이어 서킷 브레이커(CB)가 발동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180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는 지난 2020년 6월 16일 이후 4년 만,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는 지난해 11월 6일 이후 9개월 만이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2777.68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지난 2일 101.49포인트(-3.65%) 하락한 데 이어, 전날엔 234.64포인트(-8.77%)나 떨어지며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2441.55까지 내려 앉았다.
전날 기록한 종가 기준 코스피 하락률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불거진 ‘글로벌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했던 1997~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에 기록했던 일간 코스피 하락률 -8.10%(1998년 6월 12일), -7.50%(1997년12월 23일), -7.17%(1997년 11월 24일)보다도 전날 코스피 약세가 더 강했던 셈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1997조7450억원으로 지난 1월 22일 이후 196일 만에 2000조원 벽이 무너졌다. 5일 하루에만 시총은 약 192조원이 증발하며 역대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코스닥 역시 전날에만 11.30% 내려 앉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20년 3월 19일(-11.71%)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外人·기관 ‘셀 코리아→바이 코리아’…“美 경기 지표·연준 피벗·円 살펴야”=최근 2거래일 간 ‘셀 코리아(Sell Korea)’로 국내 증시 급락세를 주도했던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재유입도 증시 급반전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전 9시 5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각각 1619억원, 2413억원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일과 5일 각각 8449억원, 1조5198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코스피 시장에서 보인 바 있다. 기관 투자자도 각각 7807억원, 2693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한국 증시가 최근 폭락장세를 단기간에 듣고 반등에 성공한 것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가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선 만큼 기술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시 위기 상황에서 코스피2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는 유의미한 지지력을 보여준 적이 많다”며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는 대략 2400포인트 내외로, 전일 급락으로 PBR이 0.81배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은 단기 바닥 형성 및 반등에 무게를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 마감치는 당사가 제시한 올해 코스피 밴드 2500∼3000 하단을 밑돌았다”면서 “과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고용은 감소했다. 10만명대의 고용 증가를 침체의 증거로 볼 수 없다”며 기존 올해 코스피 밴드(2500∼3000)를 유지했다.
다만, 기술적 반등 이후 추세적으로 반등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장보다 각각 2.60%, 3.00% 내리며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엔비디아(-6.4%), 브로드컴(-1.2%), 인텔(-6.4%), 마이크론(-2.5%) 등이 내리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1.9%)가 사흘 연속 하락한 점도 주목할 사항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도 0.79% 하락한 배럴당 72.9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6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된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성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 우려는 과한 것은 분명하지만, 다수의 투자자가 걱정하고 있다는 점은 현실”이라며 “(6일 증시 상승세는) 변동성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엔/달러 환율 변화 등에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세 반전을 위해서는 이를 촉발할 트리거가 필요한데 당분간 미국의 경제지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응, 엔/달러 환율 등의 요인에 주목한다”고 짚었다.
신동윤·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