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급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3%대 하락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AFP] |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 [AFP] |
경기침체 우려로 뉴욕증시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실기론’이 급등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시장의 움직임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폭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놓쳐 불필요한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발생하는 ‘하드랜딩(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뉴욕증시 개장 전 65.73으로 치솟아 2020년 3월 이후 4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5%대의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해 왔다. 금리가 높을 경우 사람들은 주택 구입이나 사업 확장을 위해 대출을 하기 쉽지 않고, 기업은 고용과 생산도 줄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물가는 진정될 수 있지만 고용 시장이 침체될 수 있기에 연준은 적정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전문가 전망치인 4.1%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고용이 빠르게 냉각하자 경기 침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시장은 패닉장세에 빠졌다.
NYT는 “연준이 너무 오랫동안 수요를 억제해 노동 시장이 침체되어 (위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큰 경제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 경제학자도 일제히 연준을 비판했다. 경기 침체 지표 개척자로 알려진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연준은 지난주 ‘금리 유지’라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을 것”이라며 “연준은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비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도 NYT 칼럼을 통해 “미국 경제는 분명 경제 침체 이전 단계로 가고 있다”며 “경제 악화가 심각해지는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연준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루그먼은 “연준이 지난 주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분명하다. 연준은 수 개월전부터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고 연준을 비판했고,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가량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연준 인사들은 시장이 고용지표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입장이다. 오스틴 굴스비 시가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준의 임무는 노동 지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고용지표가 기대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침체 상황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메리 데일리는 “우리는 노동 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이제 확인했다”면서도 심각하게 악화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 시장 악화로 경기 침체로 빠져들게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은 연준이 얼마나 금리 인하를 내릴 지에 주목하고 있다. NYT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일반적으로 연준은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리지만 트레이더들은 0.5%포인트 이상의 ‘빅스텝’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를 주도해야 하는 연준이 오히려 시장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레리나 우루시 T. 로우프라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연준은 0.25%포인트 대 0.5%포인트 사이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며 “다만 연준이 기준 금리를 크게 움직인다면 그들이 곡선(경제지표)뒤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약세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CN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현재 발생하는 매도세는 투자자들이 인위적으로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 레버리지를 풀어내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조 브루수엘라 RSM U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경기침체 신호가 아니다”며 “이것은 투자자들이 전세계적으로 금융완화 상태의 과도기에서 적응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회사인 바이낸스마켓(BML)의 테드 알렉산더 최고투자책임자(COO)는 CNBC에 “주식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이번 개편은 실제로 주식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다”며 “주식시장은 아직 익지 않았다. 기술과 성장 가능성에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지 라가리아스 포비스 마자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주식과 채권 시장의 동향에 대해 “미국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다”며 “예상보다 좋지 않은 거시 경제 데이터로 인해 주식은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채권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