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에 인력·병상 구조조정 나선 ‘빅5’ 병원

의정갈등 장기화에 시름하던 대형종합병원들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의사들이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정갈등 장기화에 시름하던 대형종합병원들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이 누적된 경영난에 인력과 병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의정갈등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쌓여온 적자와 환자 수 감소에 전공의 이탈까지 더해지면서 구조조정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모태 병원인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은 인력 감축과 병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병원은 현재 병상 약 53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의사를 포함해 교직원 약 1300명이 근무 중이다. 다만 병원은 이번 구조조정은 의정갈등 사태와는 연관이 없으며, 환자 수가 줄어드는 데 따른 조치라고 못 박았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사태와는 무관하게 병원 효율화 등을 위한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라며 “인력 조정이나 병상 축소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1936년 서울 중구에 개원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모태 병원으로, 1986년 여의도로 이전했다.

다만 2009년 강남성모병원이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여의도성모병원이 운영하던 주요 진료센터와 인력이 이동, 규모가 자연스레 축소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적자를 내기도 했으며, 현재는 서울성모병원장이 여의도성모병원장을 겸임하는 등 ‘원 호스피털(One Hospital)’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여의도성모병원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해석했다. 서울성모병원이 개원한 이래 여의도성모병원의 적자가 지속해서 누적해왔다는 점에서다. ‘빅5’로 분류되는 서울성모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데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수술과 진료가 더 축소되면서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여의도성모병원의 경우 서울성모병원 개원 이후 적자가 누적돼서 이번에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며 “전공의 이탈 후 각 병원의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들도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이 이어지면서 경영난을 타개하지 못한 채 힘겹게 운영하는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이달부터 소속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80일로 확대했다.

연세의료원은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으로 수술이 줄어든 이래 쉽게 회복하지 않자 무급휴직 기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 경희대병원 등도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무급휴가를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다.

다만 일부 병원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소폭 회복된 데 따라 그동안 내부 반발이 컸던 무급휴가를 중단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고려대의료원은 의정갈등 상황에서 최대 30일간의 무급휴가를 쓰도록 조치했으나, 최근 병상 가동률이 올라오면서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대형병원들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먼저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해 숨통을 틔워주고, 장기적으로는 중환자실 수술에 대한 보상 강화 및 응급당직 수가 신설 등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