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를 제공한 후 원금을 편취하는 방법은 불법 리딩방의 수법 중 하나다. [경찰청]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오늘 같은 폭락장에도 우리 방은 수익을 챙겼습니다. 그냥 따라하는 순간 돈 법니다.”
지난 5일 코스피, 코스닥 양대 증시에서 지수가 폭락하면서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며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기록한 가운데 불법 리딩방은 활개를 펼치고 있었다. 다음 달부터 투자 추천 관련 규제를 강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카카오·네이버 밴드 등에서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주식·가상자산 홍보를 금지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지만 유튜브, 텔레그램 등으로 자리를 옮겨 리딩방을 운영하고 있다.
리딩방은 주식 종목 추천, 매수·매도 타이밍 등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또는 텔레그램 단체채팅방에서 공유하며 회원을 모집한다. 무료로 정보를 제공해주다가 더 구체적인 정보를 받기 위해선 일정 기간에 돈을 받고 모집하는 ‘유료방’을 운영하기도 한다. 한 불법 리딩방 운영자는 “무료방은 관심 종목만 알려드리고 있다”며 “정회원은 (폭락 후 급등장에서) 장 초반부터 대규모 추가매수를 진행해 이익을 봤다”며 한 달에 150만원 이상을 내야 하는 유료 리딩방을 홍보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을 유도하는 수법도 불법 리딩방에서 쓰이고 있다. [경찰청 제공] |
한 리딩방에서는 “이렇게 하락장일 때는 지수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인증받은 국제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며 직접 개발한 환전소를 통해 입금을 유도하기도 했다. “개인 매매로 손실이 크게 났다면 1:1 관리도 가능하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리딩방은 불법이다.
다만 모든 리딩방이 불법은 아니다. 금융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을 한 업체라면 다수에게 투자 조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는 14일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단방향 채널’만 운영이 가능하다.
SNS나 유튜브,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유료 회원제로 영업하는 주식 리딩방은 투자자 보호 규제가 적용되는 정식 투자자문업자에게만 허용된다.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이익을 보장한다고 약정하는 행위나 허위·과장광고도 금지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경찰에 접수된 리딩방 투자 사기 신고는 1452건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는 1783건으로 약 22.8% 증가했으며, 2분기에는 2154건으로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피해 규모 또한 지난해 4분기에는 1266억 상당에서 올해 1분기 1704억, 2분기는 1788억으로 증가했다. 지난 반년 간 하루에 18건씩, 1건당 약 9200만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서 사기방지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 사기 피해자도 금융회사에 범행 이용 계좌의 입출금 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관련 법 개정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아직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