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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경남에 위치한 전교생 577명 규모의 금산초등학교에는 올해 시리아 출신 학생이 입학했다. 현재 금산초에 다니는 유일한 이주배경(다문화) 학생이다. 금산초는 이 학생에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채용 공고를 올렸다. 강사 자격인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많았지만, 아랍어까지 가능한 교원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었다. 금산초 관계자는 “일단 채용이 급한 상황이다 보니 아랍어까지 가능한 강사를 찾을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저출생으로 전체 학생은 감소하고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증가하는 가운데, 정작 학교 일선에선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강사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수 언어를 쓰는 국적 출신 다문화 학생이 늘면서 한국어에 더해 이들의 언어까지 가능한 이중언어 강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7일 한 한국어 교원 채용 사이트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올린 한국어 교실 강사 채용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9월 2학기에 다문화 학생에 한국어를 가르칠 시간 강사를 찾는 공고다. 다문화 학생이 있는 학교들은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2~3차례 한국어 학습 시간을 편성한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들은 한국어 강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교생 404명 중 다문화 학생이 39명인 인천 소재 은봉초등학교는 지난해 두 달에 걸쳐 두 차례 채용 공고를 올린 끝에 겨우 강사를 구했다. 은봉초 관계자는 “웬만하면 강사를 구하려고 하지만, 강사가 없을 때엔 학교 교사들이 번역기를 동원해 수업을 한다”며 “하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수 언어를 쓰는 나라 출신의 학생이 있을 경우 채용은 더욱 어렵다. 최근에는 과거 다문화 학생이 조선족 출신 중국인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국적이 다양화하는 추세다. 금산초에는 개교 이래 처음 시리아 출신 학생이 입학하고, 은봉초에는 현재 러시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의 학생이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집계한 다문화 학생의 부모 출신 국적에서 베트남, 중국, 필리핀을 제외하고 ‘기타’로 묶인 소수 국가는 23.6%에 달했다.
한국어 강사 채용 기준은 교육청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사 이상의 학력을 요구한다. 여기에 다문화 학생 출신 국가의 언어를 할 수 있는지, 즉 이중언어가 가능한지는 우대사항이다.
그러나 학교들 사이에선 이중언어는 물론 학력을 갖춘 인력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사 학력이 없는 사람을 채용해도 되느냐는 문의가 학교에서 오기도 하지만, 교육청 입장에선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인력을 보내야 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국어 교원 자격증 보유자는 이달 기준 8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다문화 교육에선 이같은 인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유학생 등 외국인을 일선 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채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현행 비자체계상 유학생은 시간 강사 근무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이중언어 교실 수요는 매년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중언어 교시에 채용된 강사는 2020년 61명에서, 지난해 13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77명, 2022년 83명으로 매년 늘어왔다. 올해는 1학기에만 이미 106명을 채용해 현재 2학기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2014년 6만8000명에서 지난해 18만1000명으로 2.6배가량 늘었다. 이중 국내에서 태어나지 않은 외국인과 중도입국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8%(5만1000명)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국인이나 중도입국한 학생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앞으로 다문화 교육 정책에서 한국어 교육 정책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