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티메프 대책에 “정산 문제 없다…필요한 건 핀셋 규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추가 대책과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김상훈 정책위의장·추경호 원내대표·한동훈 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당정이 발표한 ‘티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업계 반응이 미지근하다.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기업 규모나 상황에 맞는 세분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의 정산기한을 현행 40∼60일보다 단축하기로 했다. 이커머스 업체와 PG사는 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규제가 없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회사 경영의 문제”라며 “그동안 이미 대금 정산을 정상적으로 한 기업까지 묶어서 규제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서 정산 주기가 길어지면 자금을 오래 보유할 수 있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는 최장 70일이었다. 두 달 가까이 판매대금을 ‘쌈짓돈’처럼 다른 용도로 사용해 정산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네이버,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일반 정산은 구매확정일 기준 1~2영업일 안에 이뤄진다. 쿠팡 오픈마켓은 주·월 단위와 익일 빠른 정산 체계를 갖췄다. 당정이 정산 기한을 40~60일로 단축해도 대형 이커머스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중소 플랫폼이다. 정산 주기가 바뀌면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대금 정산 후 반품, 환불 등이 발생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업체의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또 판매 대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므로 유동성도 낮아진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자본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들은 판매 대금을 활용해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여러 방면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판매 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하면 영세 플랫폼의 자금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고, 일부 업체는 사업 방향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이커머스의 지급보증보험 가입 의무도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급보증보험은 PG사로 이행할 환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 보험 가입자(이커머스)를 대신해 피보험자(PG사)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다만 현행법상 이커머스가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할 의무는 없다. 업계는 지급보증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할 경우 추가 비용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부실한 이커머스 업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기업이 시장에서 맡은 역할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업 상황이나 규모를 고려해 시장 질서를 지킬 수 있는 세분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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