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 예방 위해 경기 전 물 마신 후 체중 증가
1주간 굶으며 감량…머리카락 자르고 밤새우기도
실화 바탕으로 제작된 인도 영화 ‘당갈’ 주인공
지난 6일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파리 올림픽 여자 자유형 50㎏급 레슬링 준결승전에서 인도의 비네쉬가 쿠바의 유스네일리스 구즈만 로페즈를 상대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10억명의 인도인들이 바라던 한 선수의 금메달이 불과 계란 2개 정도의 초과 체중(100g) 때문에 날아갔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인도 여자 레슬러 비네시 포갓(29)의 이야기다. 포갓은 결승전을 앞둔 7일 오전 계체 초과로 결승전을 뛰어보지도 못하고 실격당했다.
레슬링 여자 자유형 50㎏급에 출전한 포갓은 규정에 따라 경기 중 50kg 미만으로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 포갓은 경기 첫날인 지난 6일에는 계체를 가까스로 통과해 경기를 뛸 수 있었지만, 결승전이 열리는 이틀째 100g을 초과해 결국 실격패했다.
인디안 익스프레스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포갓은 본래 53㎏급에서 뛰다가 최근 50㎏급으로 종목을 변경했으며 평소 몸무게는 55~56㎏였다고 한다.
인도 대표단의 수석 의료 책임자인 딘쇼 파우디왈라는 “포갓은 경기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 동안 사실상 굶으며 운동했다. 그러다 경기 전 탈수증 예방을 위해 물을 조금 마시고 영양 보충을 했는데, 그 후로 정상보다 체중이 늘었다”며 계체 초과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포갓은 체중 감량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잠도 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침대 대신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 1g이라도 줄이고자 애썼다.
보통 결승에서 기권하면 은메달이라도 받지만, 포갓은 실격 당해 올림픽 경기에서의 모든 성적이 사라졌다. 세계레슬링연맹 규정상 포갓의 순위는 최하위로 남는다.
포갓에게 100g이 없었다면 그는 올림픽 결승에 오른 최초의 인도 여성이자, 은메달리스트 또는 금메달리스트가 됐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 포갓은 일본 레슬링 여제라 불리는 스사키 유이(25)를 상대로 우승할 정도로 기량이 좋았기에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성차별이 만연한 인도에서 레슬링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스포츠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포갓이 레슬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삼촌 덕분이었다.
영화 ‘당갈’ 한국 공식 포스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DB] |
포갓의 이야기는 인도 영화 ‘당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에는 레슬링을 포기한 마하비르 포갓이 자신의 딸을 레슬링 선수로 키우는 과정이 담겼다. 딸은 국제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영화 속 주인공 마하비르는 실제 포갓의 삼촌이다. 마하비르는 일찍 세상을 떠난 포갓의 아버지를 대신해 포갓을 키우며 레슬링 선수로 만들어냈다. 포갓의 언니와 사촌들도 마하비르의 영향을 받아 레슬러로 성장했다.
앞서 포갓은 인도레슬링연맹회장을 성희롱으로 고발하는 등 여성 레슬러 인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포갓의 실격에 인도 유명인들과 동료 선수들이 “아쉽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응원글을 올린 이유다.
포갓은 현재 선수촌 내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