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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장투는 한국 주식하는 게 아니랬어요. 지킬 자산이 있어야 애국심도 생기는 게 아닙니까.” 직장인 강모(33) 씨는 우량주만 꾸준히 매달 따박따박 사들이는 자칭 ‘장기투자자’다. 그는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십만전자’ 얘기만 나온 게 벌써 몇 달째다. 미국 기업들은 조정이 있더라도 결국엔 진득하게 오르는 추이가 나타나서 믿음직하다”며 장기투자 계좌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모두 미국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담는다고 했다.
올 들어 미 증시에 꽂힌 ‘서학개미’들이 상당하다. 연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시장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부담에 정부가 약속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도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실망한 동학개미들이 적잖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은 ‘이러다 말겠지’라는 패배주의에도 짓눌려 있다”고도 표현했다.
심지어 한국과 미국 시장에 모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한국 주식을 ‘단타용’으로, 미국 주식은 ‘장기 보유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미국 주식은 성장 가치가 높다고 보고, 꾸준히 들고 가겠다는 것이다. 장기 투자자를 위한 인센티브도 약하고 재벌 총수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정리할 때마다 투자자들의 가슴은 철렁거린다. 이러한 국내 증시 리스크를 따져봤을 때 차라리 엔비디아나 미국 성장주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해외 주식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도 있고, 해외 펀드를 이용해 간접투자를 하기도 한다. 요즘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100,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같은 해외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ETF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게 바로 연금저축의 포트폴리오다. 연금저축은 지금 저축한 돈을 55세 이후에 돌려받는 계좌인데, 올 들어 많은 연금개미들이 미국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쓸어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용도가 높은 키움증권이 당사 연금저축 계좌를 분석한 결과, 연금개미들의 ETF 비중이 7월 말 기준 61%로 연초보다 무려 1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중만 무려 50%에 달한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TIGER미국S&P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TIGER미국테크TOP10 INDXX 등 빅테크 상품도 10위권에 들었다. 키움증권은 “미국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연초에 이어 계속해서 가장 많은 보유 연금투자 고객수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에 직접 투자할 경우, 주식매매차익이 기본공제 한도인 250만원을 넘으면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한다. 하지만 연금저축 계좌에서 국내 상장 해외 ETF에 투자할 경우 저율과세(배당소득세 15.4%)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연금계좌에선 해외주식 매매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과세는 계좌 내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전부 통산해 인출할 때 책정된다. 즉, ▷과세이연 ▷이익통산 ▷저율과세의 3종 혜택을 챙기는 것이다.
중장기 투자처인 투자중개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 역시 미국 투자가 대세다. ISA는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이라 중장기 투자처에 해당된다.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ETF 투자 시 매매차익과 배당금에 대한 세금(15.4%)을 아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중개형 ISA를 보유한 삼성증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당사 투자자들의 운용자산이 해외주식형 ETF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나스닥100 등이 주요 자산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