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란 외교수장 전화통화…“이란 ‘주권 수호’ 입장 표명”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현지 시위대가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을 규탄하며 이란 국기와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흔들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자국에서 하니예가 암살된 것과 관련,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하마스 최고 지도자 암살로 중동의 긴장이 첨예해진 가운데 중국과 이란의 외교수장이 전화 통화로 현안을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1일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전화 통화로 중동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바게리 대행은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에 대한 이란의 입장과 지역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이란은 국가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고 동시에 지역(중동)의 안보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또 바게리 대행은 “중국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 문제에서 공정한 입장을 견지한 것에 감사한다”며 “중국이 정세의 완화와 중동 안보 촉진에 더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왕 주임은 바게리 대행에게 “중국은 중동 사무에서 일관되게 정의(公道正義)를 주장해왔고 각 당사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는 것을, 특히 팔레스타인이 민족의 합법적 권리를 되찾는 것을 지지해왔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은 암살 행위에 단호히 반대하고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런 처사는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이란의 주권, 안보, 존엄을 엄중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가자지구 휴전 협상 프로세스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충격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 주임은 “급선무는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충돌 각 당사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도록 촉구하고 가자지구의 전면적·항구적 휴전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란이 합법적으로 주권과 안보, 민족적 존엄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이란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이란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화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피의 보복’을 공언한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뤄졌다.

서방 언론은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명분을 찾고 있다는 쪽으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CNN은 이달 초 테헤란에서 바게리 대행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만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이 ‘이란이 긴장 고조를 피할 출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군부에 전면전을 피하자고 제안했다는 보도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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