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의 미래혁신 위한 상생

오늘날의 과학기술력은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이자 미래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법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과학기술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이들은 선진 기술을 산업에 도입하는 창구 역할을 했으며, 기업을 비롯한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 및 융합 연구를 담당하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서고 민간의 연구 역량이 크게 성장하면서 출연연은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많은 혁신이 기업에서 일어나고 연구 지형이 변화하면서, 정부와 출연연에서도 ‘공공연구의 새로운 역할’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다. 과거에 도입된 PBS(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와 같은 제도의 검토를 포함하여 출연연의 변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시급한 개선점 중 하나가 출연연의 인력 구성이다. 출연연의 역사가 긴 만큼 신진 연구자의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예를 들면, 한 출연연은 2천여 명의 연구인력 중 신입에 해당하는 연구원 직급의 연구자가 8%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책임연구원은 68%, 과장급인 선임연구원은 24%에 달한다. 다른 출연연도 이와 비슷한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는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공공연구소는 막스프랑크 협회와 프라운호퍼 협회, 헬름홀츠 협회 산하에 150개가 넘게 고도의 자율성을 갖고 운영되는데, 연구실 책임자가 대학교의 교수를 겸직하면서 대학원생부터 박사후 연구원까지 다양한 연구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지도하고 있다. 따라서 고경력 정규 연구인력과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이 적절한 비율을 이루도록 유지되며, 첨단의 연구와 우수한 연구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제도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롤모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문화적 역사적 차이가 있다 보니 독일의 우수한 사례를 참고하되 우리의 현실에 맞도록 조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는 연구소와 연구중심 대학의 상생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연구소와 대학의 인력 구성은 서로 보완 관계로, 적절히 조합한다면 상보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연구소는 젊은 연구인력이 부족한 반면, 경험이 풍부한 중견급 연구자가 많다. 대학은 소수의 고경력 연구자인 교수와 다수의 신진 연구인력인 학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시스템을 마련하여 두 조직, 즉 대학과 연구소가 함께 연구를 하게 할 수 있을까? 미래지향적인 대형과제를 함께 수행하여 연구중심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대외적 활동이 많고 명성이 높은 대학교수가 연구책임자로 나서서 학교와 연구소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되, 연구소가 연구활동의 중심이 되게 하는 것이다. 책임교수와 대학원생이 연구소에 겸직으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필자의 제안은 어디까지나 여러 가능한 방법 중 하나다. 분명한 점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선진국으로부터 무비판적으로 도입하고 배우려고만 하기보다, 우리의 환경과 여건을 고려하여 가장 알맞은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글로벌 과학기술을 선도해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기도 하다.

박현욱 KAIST 교수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