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연방 예산은 재정적으로 흡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미친 모자 장수의 티(차) 파티 같다. 온갖 숫자, 구절, 쉼표를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때로는 부조리를 넘나드는 장관이 펼쳐진다. 앨리스가 굴러떨어진 토끼굴처럼 정부는 예산안에 국가의 상상을 담으려 한다. “점점 더 요상해지네!(”Curiouser and curiouser!“)”라고 앨리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인도 연방 예산의 복잡성과 각종 논란은 당황스럽고, 흥미로우며 심오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 인도의 연방 예산안은 미친 모자 장수의 티 파티와는 정반대다. 올해 예산안은 재정 원칙의 고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역량과 기술에 대한 투자, 에너지 안보 확보, 차세대 개혁의 단행, 사업 용이성의 개선, 그리고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 대폭 확대에 집중되어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코로나 이전에도, 그리고 코로나 이후에는 더욱 재정 건전성과 청렴성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면서, 수익적 지출이나 감세에 비해 훨씬 높은 승수효과를 내는 자본 지출을 우선시해 왔다.
2020~21 회계연도에 인도의 재정적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후퇴로 말미암아 전례 없는 GDP 대비 9.2%로 치솟았다. 이런 급등은 보건 위기관리를 위한 정부 지출 확대와 경기부양책이 전면 봉쇄 기간 세수 급감과 뒤얽혀 빚어진 결과다.
이에 대응해 인도 정부는 2025~26 회계연도까지 적자를 GDP 대비 4.5% 수준으로 낮추는 재정 연착륙 계획을 수립했다. 인도 총선 전인 올해 2월 1일, 인도 재무장관은 임시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임시 예산안은 재정 적자를 GDP 대비 5.1%로 전망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2025~26년 목표인 4.5% 달성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2024~25년 총예산안은 수치를 4.9%로 인상적으로 낮추면서 4.5% 달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놀라운 성과다. 명목 GDP 성장률이 10.5%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이고도 칭찬할 만한 결과다.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Nirmala Sitharaman)의 재정적 정확성과 투명성은 일부 전임자를 훨씬 능가한다는 점은 꼭 강조할 만한 대목이다(그의 전임자 중 상당수는 지금 말 많은 비평가가 되어 있다). 모디 정부가 노골적 민영화를 자제하며 공적 자산의 투자비 회수와 수익 창출을 선호하는 가운데, 예산안은 5000억 루피(이것은 신뢰할 만하고 달성 가능한 수치다)의 투자비 회수 수입을 예상한다. 대중 영합적인 수익적 지출과 감세에 대한 비관적 예측과 달리, 예산안은 재정 통제를 유지한 것이다.
인도 아메다바드의 석탄 화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인도는 2024년도 예산안에 800MW 초초임계 청정화력(Advanced Ultra Super Critical : AUSC) 발전소 건설을 제안했다. [로이터] |
인도는 인구배당효과가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경제의 궤적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인구의 65% 이상이 35세 미만인 인도는 전에 없던 경제 성장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적 노동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기회의 문이 열려 있는 시간은 걱정스러울 만치 짧다. 인구의 이점은 2035년이면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인구가 고령화되기 시작하면서 부양비가 상승하고 잠재적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젊은 인구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 경제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예산안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고용과 직업 훈련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이다. 핵심 제도로는 최초로 채용된 직원과 제조업 고용 창출을 목표로 수혜자가 청년 2900만 명에 달하는 고용 연계 인센티브 제도(Employment Linked Incentive Scheme)가 있다. 예산안은 또 여성 근로자용 호스텔, 탁아소, 여성 대상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여성 자조 모임의 시장 접근성을 강화해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앙 정부가 후원하는 새로운 직업 훈련 제도는 산업계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5년간 청년 200만 명을 훈련하고 1000개의 산업훈련소(Industrial Training Institute) 개선을 목표로 한다.
수정된 모범 기술 대출 제도(Model Skill Loan Scheme)는 연간 2만5000명의 학생을 상대로 최대 75만 루피의 대출을 제공한다. 대출금액 최대 100만 루피, 연리 보조금 3%의 고등교육 금융지원은 매년 10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정부는 또 5년간 청년 1000만 명을 대상으로 500대 기업 인턴십 제도를 도입했다.
예산의 세 번째 핵심 우선순위는 에너지 전환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커지는 에너지 요구를 만족하면서 동시에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태양, 풍력, 원자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는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에 꼭 필요하다. 연방 예산안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의지를 강조하며, 에너지원 구성(Energy Mix)의 다양화를 위해 원자력 에너지에 집중한다. 계획 중에는 인도의 에너지원에서 원자력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만들기 위한 민관협력 기반의 소형 원자로 구축과 소형 모듈원자로 개발도 들어있다. 이런 소형 원자로와 모듈 원자로는 산업 허브를 비롯한 전국에서 다양한 용도에 적합하도록 더 유연하고 안전하며 비용 효율적으로 설계된다. 나아가 새로운 태양 에너지 제도는 옥상 태양광 발전을 통해 인도 전역의 1000만 가구에 무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정부의 전략에너지계획에는 선진형 초초임계(Advanced Ultra Super Critical; AUSC) 청정화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에너지 효율성부터 배출량 목표까지 ‘난감축(hard to abate)’ 산업을 전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효율성을 개선하고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AUSC 기술은 인도의 화력발전소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다줄 것이다.
인도의 IT 산업은 45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는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히고 있다. 업계 기관인 나스콤(Nasscom)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인도의 IT 산업은 2025년까지 최대 3500억 달러의 연간 매출을 달성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로이터] |
네 번째 중점 분야는 개혁 의지다. “개혁”이란 단어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있다. 개혁은 본디 “다시 형성하다”라는 의미로 보통 도덕적, 종교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요즘에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을 막론하고 잘못되거나 낡은 제도를 고칠 때 애용하는 단어가 됐다. 그러나 개혁은 요란하게 시작됐다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빈번하게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다가 정치적 압력과 대중의 반발 앞에 무너져 버리고, 뒤에는 금세 흩어지는 낙관론만 남는다. 진정한 변화는 꾸준하고 점진적인 노력에서 오는 것이지 드라마틱한 정밀검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예산안은 주정부 차원에서 생산성과 시장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용 진작과 지속적 성장을 꾀하면서, 혁신적 경제 개혁을 약속한다. 그중 하나가 어렵지만 꼭 필요한 토지 기록과 행정의 현대화다. 예산안은 또한 노동 서비스 개선과 기업의 준법 완화에도 중점을 둔다. 정부는 또한 투자자 신뢰와 장기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의 일관성을 우선시하며 인도 금융의 앞날을 좌우할 금융 부문의 비전 문서도 마련하는 중이다. 새로운 입법 구조는 경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와 외국인 투자 규정 간소화를 목표로 한다.
지난 10년간, 인도 연방정부는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이 경제에 미치는 막강한 승수 효과를 인식하고 자본 지출을 대폭 확대했다. 올해 예산안도 이 기조를 이어 가면서 인프라 개발을 위한 지속적 재정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회계연도에는 자본적 지출에 GDP의 3.4%에 달하는 11조 1111억 1000만 루피의 막대한 금액이 할당돼 있다. 또한, 정부는 각 주의 인프라 사업을 보조하기 위해 장기 무이자 대출로 15조 루피를 제공해 주 정부가 이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나아가, 예산안은 왕성한 인프라 성장을 위한 시장 기반의 자금조달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사업이행자금(Viability Gap Funding)과 지원 정책을 통해 민간의 인프라 참여를 확대하고자 한다.
모든 예산안은 대부분의 수입 지출이 단기적으로 비교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연방 정부의 연간 수입과 지출을 상세히 기술한 절묘한 균형달성이다. 문제는 재무 건전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본 투자의 여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1991년 자유화 개혁 이후, 인도의 예산안은 줄곧 정부의 비전이 담긴 개혁의 템플릿을 제시해 왔다. 개혁에 대해 누락된 부분을 놓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재무장관은 핵심 분야를 다루고 책임성 있는 약속을 했다. 특히 각 주의 이행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부분적인 성공만으로도 인도는 2047년 선진국 진입 궤도로 나아갈 수 있다. 경제보고서(Economic Survey)에 따르면 인도의 실질 성장률 전망치는 2024~25년에 6.5~7%, 이후에는 7%이며, 좀 더 낙관적인 예측에서는 7.5%로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2024~25년 예산안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실용적인 균형잡기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 시장으로 인도는 앞으로도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산안은 인도의 경제적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