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고 경계태세…“이란·헤즈볼라 위협 현실화할 것”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도심 풍경.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은 이란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군 경계 태세를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란·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면 충돌할 경우 11개월째 접어든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국제사회는 이란 지도부에 군사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에서 “우리는 적들의 선언과 성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최고 수준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간 우리는 헤즈볼라와 이란을 중심으로 적들과 중동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위협을 탐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상공을 지나는 이스라엘 공군 항공기 순찰 횟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이스라엘 민간인들에게 적용되는 국내전선사령부 방어 지침은 그대로라며 “변경 사항이 있으면 즉시 공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의회(크네세트) 외무·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이란과 헤즈볼라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지난 며칠간 우리는 방어를 강화하고 대응 공격 옵션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향해 로켓 수십발을 쐈다.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군사 시설을 공습하는 등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미국 언론 폭스뉴스는 복수의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그 추종 세력들이 24시간 안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브리핑에서 “중동에서 긴장 고조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이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이 합작한 아랍 매체 스카이뉴스아라비아는 이란과 그 대리세력 ‘저항의 축’이 유대교 명절 ‘티샤 베아브’ 기간인 이달 12∼13일을 노려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군사 행동을 만류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과 통화했다. 이들 5개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이란 및 이란이 배후에 있는 테러리스트 그룹들이 자행하는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위에 지지를 표명한다”며 “이란이 현재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공격 위협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며 “중동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역내 갈등 완화를 위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전화했다고 dpa,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이날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통화에서 “분쟁의 확대를 피하고 대신 대화와 협상, 평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교황청 공보실이 밝혔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파롤린 추기경에게 “국제법과 규정에 따르면 침략 당한 국가는 자기방어의 권리, 침략자에게 대응할 권리를 가진다”며 보복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살해했다. 이튿날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당했다.

헤즈볼라는 즉각 보복을 공언했다. 이란도 하니예 암살 주체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하지만 하니예가 암살당한 지 12일이 지난 이날까지 보복 공격을 본격 감행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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